[실전 MBA] 해마다 10% 성장… 폴크스바겐의 비결은 '지속 가능한 세계화'

독일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0.5% 성장(매출액 기준)했다. 기업 CEO들에겐 꿈 같은 숫자다. 같은 기간 프랑스의 경쟁 자동차 업체 푸조의 연평균 성장률은 2.5%였다. 소비재 대기업 P&G는 10년간 연평균 7.6% 성장한 반면, 동종 업계 경쟁 기업 미국 클로락스(Clorox)는 3.1% 성장했다.

경쟁 기업을 멀찌감치 따돌린 폴크스바겐과 P&G, 뒤처진 푸조와 클로락스를 가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전자(前者)는 용감하게 세계시장에 나가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후자(後者)는 안전한 자국 내수 시장에 머물렀다. 이것이 지난 20여년간 거대한 세계화의 물결이 낳은 결과다. 하지만 최근 한층 더 복잡 미묘해진, 새로운 양상의 글로벌 시대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또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세계화)'은 여전히 모든 기업과 기업 경영자의 숙제이며,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한국 기업에는 특히 더 그렇다. 내수 시장은 출산 고령화 등으로 구조적 저성장에 접어들었고, 배로 비행기로 실어 나르는 수출 모델은 한계에 이르렀다. 반면 신흥국 인구와 중산층은 빠르게 늘어난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같은 주요 이머징 국가에는 의욕 넘치는 국가 지도자들이 등장, 강력한 성장 정책을 이끌고 있다. 미국도 다시 성장 가능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들이 처음부터 미국, 중국 등 세계시장을 상대로 창업에 나서는 이유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기업 CEO에게 '글로벌라이제이션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제대로 된 질문은 '어떻게 해야 성공하고, 지속 가능할까?'이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위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어떻게 지역적으로 포지셔닝(positioning)할 것인가.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또는 글로벌 기업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포지셔닝에는 크게 두 유형이 있다. 하나는 세계 공통의 단일 브랜드, 글로벌 제품,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세계 각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펩시, 명품 기업 LVMH,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애플이나 삼성 같은 글로벌 소비자 가전제품 기업이 여기 속한다. 반면 네슬레, 유니레버, P&G 같은 소비재 기업은 '멀티 로컬(multi local)' 방식으로 접근한다. 글로벌 브랜드와 지역 브랜드를 골고루 섞는 방식이다. 식품, 화장품 같은 작은 제품들은 현지 취향에 맞춰 현지 차원에서 생산하고 브랜드가 결정된다.

둘째, 해외시장의 온갖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내 나라라면 CEO는 재계나 정계에 상당한 네트워크와 영향력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해외에선 사정이 다르다. 언제 규제가 생길지, 세금이나 관세가 높아질지 모른다. 원전 사고나 홍수 같은 천재지변을 만날 수도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민첩한 기업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국가나 지역 상황이 바뀌면 기업 구조를 빠르게 바꿀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업의 기능에 중복을 허용, 필요하면 특정 부분을 떼 버릴 수 있게 만든다. 상황 변화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레이더망도 갖춘다. R&D(연구개발), 마케팅, 영업 등 핵심 부문에 주력하고 제품 생산을 현지 기업에 아웃소싱하거나, 합작투자를 하는 등 파트너 네트워크를 만들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조직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글로벌 기업을 단일 조직 체계, 단일한 본사의 단일 경영진으로 관리하려고 들면 실패하기 쉽다. 다양한 사업 부서를 두고, 이 부서가 본사와 분권화된 의사 결정 체계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넷째는 다문화다. 많은 기업이 전 세계의 직원을 똑같은 기준으로 채용해, 똑같은 교육 프로그램으로 훈련해서 단일 조직 문화를 만들려고 애쓴다. 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에 맞지 않는 일이다. 조직에는 다양한 자질, 다양한 세계관,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

끝으로, 글로벌 기업을 경영하려면 CEO가 각국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하다. 아무리 데이터가 많고, 아무리 그 데이터 분석에 능하더라도 직접 체험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CEO 혼자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글로벌 리더십 팀'이 필요하다. 전부 본사의 한국인으로 이뤄진 리더십 팀이 아닌, 진짜 글로벌 리더십 팀 말이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리더를 키우려면 보통 5~10년 걸린다. 그러므로 차세대 리더 육성은 무조건 빨리 시작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