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맞아? 팥 듬뿍 넣어 손바닥만 한 '영광 모시송편'
올 설에는 송편을 먹어보면 어떨까. 추석 대표 절식(節食)이 됐지만 원래 송편은 명절이나 좋은 날이면 절기 상관없이 즐겨 먹었다. 특히 음력 2월 초하루를 ‘중화절’이나 ‘노비일’이라 하여 풍년을 기원하며 대보름날 떡을 만들어 노비들에게 먹였다. ‘노비송편’ ‘머슴송편’이라 했다. 큰 것은 손바닥만 하게, 작아도 달걀 크기로 큼직하게 빚었다. 요즘 모시 잎 섞은 멥쌀로 빚고 구수한 팥소를 넣은 모시송편이 전남 영광 별미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데, 그 크기나 투박한 빚음새가 과거 노비송편과 비슷하다. 생(生)송편도 주문 가능하다. 1.2㎏ 이상(20개) 1만원, 2.4㎏ 이상 2만원, 3.6㎏ 이상 3만원으로 가격은 같다. 영광모시떡집 (061)353-7273, www.영광모시떡.kr
망개잎으로 감싸 사과처럼 향긋~ '의령 망개떡'
망개는 청미래덩굴의 경상도 사투리. 소금에 절여 찐 망개잎을 펼치면 작은 보자기 모양의 흰 떡이 얌전한 자태를 드러낸다. 팥소를 한가운데 얹고 보자기 싸듯 네 귀퉁이를 모아 겹치게 한 떡이다. 멥쌀로 뽑은 떡이 아주 차지고 소금 간이 살짝 돼 심심하지 않다. 의령 사람들은 “망개떡에서 사과향이 난다”고 자랑한다.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지만, 묘하게 향긋하고 새콤한 망개잎의 향이 떡에 배 있다. 망개잎이 떡이 쉬거나 굳는 걸 막아 준다고도 한다. 경남 의령군 의령읍에 망개떡을 전문으로 하는 떡집 네댓 곳 있다. 이 중 1956년 문 연 ‘남산떡방앗간’이 가장 역사가 길다고 알려졌다. 15개 5000원, 30개 1만원, 60개 2만원. (055)573-2422, www.의령망개떡.com
발효시켜 폭신하고 소화도 잘되는 '영주 순흥기지떡'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발효떡’이 인기다. 발효떡이란 증편을 말한다. 멥쌀가루에 막걸리를 섞어 발효시킨 다음 쪄낸다. 약간의 술내와 은근한 신맛과 단맛이 특징이다. 지방에 따라 기주떡·기지떡·술떡이라고도 불린다. 건강에 좋고 소화가 잘된다고 알려졌으며, 빵 등 밀가루 음식을 아이에게 먹이길 꺼리는 엄마들이 아이 간식으로 즐겨 찾고 있다. 떡 중 유일하게 발효 과정을 거치며 빵과 비슷한 질감인 점도 인기 요인. 경북 영주 부석사 가는 길 ‘순흥기지떡’이 증편 본연의 맛이면서도 요즘 사람들 입에 맞게 쪄낸다. 1·2·3·4㎏ 각각 6000·1만2000·1만8000·2만4000원. (054)631-2929, www.순흥기지떡.kr
너무 맛있어 한 입이면 벙어리… '안동 버버리떡'
‘버버리’는 트렌치코트로 이름 난 영국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경북 안동 사투리로 벙어리를 뜻한다. 떡이 워낙 크고 맛있어서 한입 베어 물면 말을 잘 못해 벙어리처럼 된다고 하여 버버리떡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어른 남자 손바닥 반만 한 크기 직사각형으로 자른 찰떡 앞뒤로 붉은팥·기피팥·콩가루·참깨·검은깨 따위 고물을 두툼하게 묻혔다. ‘버버리찰떡’이란 회사에서 1개 80g으로 규격화하고 개별 포장한 버버리떡을 판매한다. 50개들이 1상자 5만2000원, 100개들이 9만7000원, 150개들이 13만9000원. (054)843-0106~7, www.buburi.com
"먹으면 위장병도 낫더라"는 '양양 송천떡마을 미지떡'
설악산 오색약수터에는 위장병 환자가 많았다. “약수 마시고 인절미 먹으면 위장병 낫는다”는 소문이 나면서 송천마을 사람들이 만든 떡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비싸지만 구수하고 차진 ‘향미찹쌀’만 쓰고, 기계가 아닌 떡메로 치는 등 옛날과 똑같이 만든다. 팥소 넣은 찹쌀떡, 밤·대추·콩·늙은호박 따위가 푸짐히 들어간 찰뭉생이도 맛있지만 처음 만들어 팔던 ‘미지떡’가 여전히 인기다. 미지는 밀랍의 사투리. 꿀 채취하고 남은 벌집을 끓여 체에 밭은 다음 들기름과 섞은 미지를 바르면 찰떡이 덜 굳는다. 요즘은 ‘냉동실에 오래 둬도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하여 사랑받는다. 3㎏ 2만7000원, 6㎏ 5만4000원. (033)673-8977, songcheon.invil.org
쑥과 팥의 강렬한 만남 '제주 오메기떡'
오메기는 차조(찰기 있는 조)의 제주 사투리다. 옛날 오메기떡은 차조만을 가지고 작은 도넛 모양으로 빚었으나, 요즘은 차조에 찹쌀과 쑥을 섞어 떡을 만들고 팥소를 넣어 동그랗게 빚은 뒤 통팥을 묻힌다. 차조와 찹쌀의 쫄깃한 맛과 쑥의 강한 향, 팥소의 단맛과 겉에 투덕투덕 붙어 있는 통팥의 구수함이 투박하면서도 세련되고 강하면서도 섬세한 조화를 이룬다. 아메리카노 커피보다 진한 에스프레소와 더 어울리는 맛이랄까. 요즘 워낙 오메기떡이 인기라 제주도 웬만한 떡집에선 다 만드나, 제주시 동문시장 ‘진아떡집’이 현대식 오메기떡을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70개들이 1상자(5만원·택배비 포함)가 최하 주문 단위다. (064)757-0229
찹쌀과는 비교 안되는 식감… 쫀득쫀득 '원주 감자떡'
감자떡은 강원도의 향토 음식이다. 멥쌀이나 찹쌀로 만든 떡과 비교할 수 없이 쫀득하다. 주문 다음 날 찌지 않은 생(生)감자떡이 집으로 배달됐다. 익은 떡이 올 것이라 예상했기에 적잖게 당황했다. 감자전분을 익히면 쉬 불어 퍼지는 탓일까. 찜통에 물 붓고 20분쯤 찌면 푹 익어서 부드럽다. 소는 고소한 녹두 앙금이다. 감자 전분에 쑥이나 늙은호박, 복분자, 검은깨·검은쌀·검은콩을 섞어 색을 내기도 하는데 맛은 큰 차이 없다. 1.7㎏ 소포장(약 65알) 1만4000원, 오색감자떡 1.7㎏ 1만6000원. 밀가루에 감자가루를 조금 섞어 만든 피로 만드는 고기·김치 감자만두(1.4㎏·1만3000원)도 있다. (033)731-9953, www.mannangp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