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혼합형펀드(주식·채권 섞어 투자)로 거북이처럼 꾸준한 수익 올리려면, 中보다 美를 보라"

수평선 같은 수익률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고, 그렇다고 공격적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자니 너무 위험할 것 같아 선뜻 투자하기가 어렵다. 위험은 낮추면서 시장 평균 수익률 이상을 얻으려면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까. 제이 윤(한국명 윤제성) 뉴욕라이프자산운용 전무(CIO)는 이런 투자자들이 주목해볼 만한 상품으로 '혼합형 펀드'를 꼽았다.

혼합형 펀드는 투자 자산의 일부는 주식에, 나머지는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채권 투자 비중이 높으면 채권 혼합형 펀드라고 하고, 주식 투자 비중이 높으면 주식 혼합형 펀드라고 한다. 그는 "미국에선 혼합형 펀드가 대세"라면서 "주식과 채권을 섞어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는 위기가 터져도 큰 위험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코넬대 출신인 그는 JP모건과 메릴린치 등을 거쳐 지난 2005년 뉴욕라이프자산운용에 입사했다. 뉴욕라이프자산운용은 미국의 생명보험사 뉴욕라이프의 자회사로, 약 600조원 상당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삼성자산운용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삼성 미국 다이나믹 자산배분 펀드'도 출시했다. 지난해 11%를 웃도는 수익률을 올렸다.

―미국 증시가 더 오를까.

"미국은 경제구조가 매우 유연해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구조 조정이 빨리 진행될 수 있었다. 한국이 과거 IMF 위기 때 강력한 구조 조정을 통해서 체력이 약한 은행들은 사라지고 새롭게 경제구조가 재편되었던 것과 비슷하다. 반면 유럽은 강력한 구조 조정을 해내지 못해 아직도 경제가 지지부진하다. 미국은 지금까지 역사를 돌이켜보면 뭔가 망해도 다른 곳에서 뭔가가 새롭게 솟아나 보충해줬다. 진짜로 질투 나는 나라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기름값이 너무 비싸졌다 싶더니, 미국은 돌 밑에 박혀 있는 기름을 빼내는 신기술을 개발해 내지 않았나."

―지금 미국에 베팅해도 되나.

"야구로 치면 현재 미국 경제는 6회 말, 주식은 7회 말쯤이라고 보면 된다. 예전처럼 1년에 20~30%씩 급상승하진 못할 것이다. 지난 2013년 펀드를 출시한 후 한국에 자주 다니는데, 미국 주가가 많이 떴는데 꺼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언젠가는 떨어질 것이다. 주식은 오르락내리락하니까 말이다. 그러면 대다수 투자자가 4~5% 정도 빠지면 사야겠다고들 한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가격이 빠지는 시기에 사보라고 권하면 사질 않는다(웃음). 미국은 앞으로 2년 안에 S&P 기준으로 25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월가 투자자들은 미국 우량 30개 기업의 종목을 묶은 다우지수보다는 500개 대형 기업의 주식을 포함한 S&P 지수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S&P 지수가 미국 경제를 더 잘 반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환율 전쟁은 어떻게 보나.

"세계 어딘가 예상치 못한 위기가 터지더라도 달러의 힘은 더 강해지면 강해졌지,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양적 완화를 강하게 펼치고 있어 한국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원화 약세가 천천히 진행된다면 괜찮은데, 너무 단시간에 진행되면 문제가 된다. 해외 펀드에 가입할 때 원·달러 헤지를 하지 않아 환에 노출되어 있는 유형에 가입하면 환차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왜 혼합형 펀드인가.

"한국 투자자들은 여유 자금 대부분을 은행예금에 넣어놓고, 일부 자금만 마치 도박하듯 고수익·고위험 펀드에 넣어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게 투자하면 쌀 때 팔고 비쌀 때 사들여서 결국 손해 보기 쉽다. 그것보다는 상승장에서 큰 수익은 얻지 못해도 거북이처럼 꾸준히 수익을 올려가는 혼합형 펀드가 안전하면서 승산도 높다. 또 한국 투자자들은 유달리 국내 주식 편중이 심한 편이다. 사실 코스피라고 해봤자 삼성·현대·LG를 빼면 우량기업은 몇 남지 않고, 배당이 높은 것도 아니고, 이미 수년째 박스권에서 움직여서 '박스피'라는 오명까지 붙었는데도 한국 시장에만 투자하려고 한다. 해외투자라고 해도 중국 정도나 돌아보지, 다른 나라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30년 역사를 되짚어보면, 미국 시장이야말로 가장 꾸준히 오른 힘 있는 곳이었다. 미국 경제의 힘은 유연한 경제구조 속에서 퍼져나간 혁신에 있었다. 중국은 지금 성장률이 7% 수준으로 여전히 고성장을 하고 있지만 앞으론 인건비가 올라가고 수출이 줄어들고 인프라 투자도 감소하면서 5%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다. 언제까지 중국 시장만 바라볼 것인가."

―투자는 어떻게 하면 좋나.

"주식은 위험이 많을 때 사야 큰돈을 번다. 경제가 안전한 상황에 진입했을 때 사는 것은 한 발짝 늦는 것이다. 남들이 안 살 때 사고 남들이 살 때 팔아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선 거꾸로 행동한다. 텔레비전을 떠올려 봐라. 지금 세일해서 싸다고 하면 앞다퉈 사들이고, 비싸면 아무도 안 사는데 주식은 어째 정반대로 움직인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겁이 나면 주식을 샀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1년 전에 주식에 올인했으면 20%는 먹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생기면 돈을 빼는 것이 정석이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보나.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전철을 밟아 저금리·저성장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 예컨대 영화나 음악, 드라마 같은 것을 봐라. 한국 사람들은 나름대로 끼와 창의성을 가지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과거 일본에서 5년간 일했지만 일본인과 한국인은 같은 듯 크게 다르다. 투자는 자고로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다. 주식으로 돈을 벌려면, 내가 미리 점찍어 사둔 종목을 나중에 누군가 사줘야 오르는 것 아닌가. 그러니 남들과는 생각을 다르게 해야 한다. 규칙만 따지고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고 반듯하게 자란 사람은 투자 스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