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났던 러시아 證市에 봄? 이달만 12% 올라

한파가 계속될 것만 같던 동토(凍土)에 봄이 온 것일까.

지난해 국제 유가 하락과 함께 약세를 거듭하면서 '반 토막'이 났던 러시아 증시가 최근 강세다. 이달 들어서만 12% 넘게 오르며 글로벌 주요 지역 증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유가 약세가 진정되면서, 원유 수출 의존도가 큰 러시아의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러시아 증시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원유 수요에 비해 여전히 공급이 많아 유가 약세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고, 서방국가들과의 정치적 갈등도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증시가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렁이는 증시… 지난해는 반 토막, 이달은 12.88% 상승

11일(현지 시각) 러시아 RTS지수는 전날보다 0.78% 오른 832.33으로 마감했다. 최근 한 달간 10% 올랐다. 이달 들어서만 12.88% 오르며 미국(4.06%), 일본(-0.12%), 중국(-1.64%), 독일(0.54%) 등 다른 주요 글로벌 증시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3개월간 등락률은 -20.36%를 기록 중이다. 거기다 1년간 등락률은 -38.49%로 허덕이고 있다.

러시아 증시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것은 국제 유가 흐름과 연관이 깊다.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원유 등 에너지자원의 수출 비중이 높아 유가가 강세를 보이면 큰 폭으로 오르지만,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증시도 약세를 보인다. 지난해 초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유가가 하반기 들어 급락, 배럴당 40달러 선 초반까지 내려가자 러시아 증시도 50% 이상 폭락했다. 그러나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다시 배럴당 50달러 선을 회복하는 등 유가가 점차 반등하면서 증시도 다시 강세로 돌아선 것이다.

◇펀드 수익률도 회복세… 증시 회복 기대감에 투자도 늘어

최근 증시가 살아나면서 러시아에 투자하는 국내 금융상품들의 수익률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러시아 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6.48%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4.12% 수익률을 기록한 인도 펀드를 웃도는 성적이다.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가 -4.49%, 중남미 펀드가 -2.03%를 기록하는 등 다른 주요 신흥국 투자 펀드들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펀드별로 보면 신한BNPP봉쥬르러시아증권투자신탁이 한 달간 7.64% 수익률을 기록했고, JP모간러시아증권투자신탁A도 7.35% 수익률을 냈다.

펀드 수익률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저가 매수 투자도 늘고 있다. 한 달간 러시아 펀드에는 498억원이 순유입돼 중국 본토 펀드(1812억원), 북미 펀드(592억원) 다음으로 많은 투자금이 들어왔다.

◇유가 하락 재연 가능성… "투자 신중해야" 조언 많아

그러나 여전히 금융시장에서는 유가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러시아 증시가 장기적인 상승 흐름을 타기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많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원유 재고량이 올해 중순까지 28억3000만배럴로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최근의 유가 반등 흐름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올해 유가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게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국가들과의 관계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지난해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내린 경제제재 조치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들이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낮추는 등 경제 전망이 여전히 좋지 않다"며 "특히 러시아는 3월에서 7월까지 국채 상환이 집중돼 있어 이전에 신용 등급이 추가 하향될 경우 재정 위험과 금융 위기가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