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진짜 탐나는 걸작은, 이들의 속임수

좀 싱거운 설 연휴가 될 것 같다. 원투 펀치로 기대됐던 한국 영화 '쎄시봉' '조선 명탐정 2'는 "레프트 훅도 라이트 스트레이트도 예년 명절에 못 미친다"는 평이다. '쎄시봉'은 지난 주말부터 관객이 줄었고 '조선 명탐정 2'는 속편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18일 개봉하는 코미디 '모데카이(Mortdecai)'는 그 대안으로 꼽을 만한 외화다. 명랑하고 달달하며 뒤끝이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106분짜리 충실한 오락 파트너랄까. 남녀 주인공 조니 뎁과 귀네스 팰트로는 '마일하이 클럽(Mile-High Club)' 회원(비행기 탑승 중 성관계를 했다는 것)이라고까지 고백하며 영화 홍보에 몸을 던지고 있다. 안쓰럽다.

세상에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고야의 그림 '웰링턴의 공작부인'이 복원 도중에 사라졌다는 소문이 퍼진다. 파산 위기에 몰린 미술상 모데카이(조니 뎁)와 그의 부인 조한나(귀네스 팰트로), 영국 정보국 요원 마트랜드(이완 맥그리거)가 사건에 뛰어든다. 러시아 집권층, 시리아 테러리스트, 중국 마피아, 미국 억만장자까지 뒤엉키는 추격전이 숨 가쁘다.

콧수염에 에지가 있는 모데카이부터 숱한 사기꾼들이 등장하는데 으뜸은 뜻밖에 조한나다. 대학 동창 모데카이와 마트랜드의 경쟁 관계를 이용해 "혼자 있자니 집이 공동묘지 같아"라며 마트랜드를 유혹하고 정보를 끄집어낸다. 달인의 솜씨다.

200년 넘게 감춰져 있던 전설의 그림을 추적하는 이야기 아래로 무너지기 직전의 가정(사랑)을 복구하는 정담이 겹쳐져 있다. 하지만 시치미 뚝 떼고 망설임 없이 결승점을 향해 내달린다. 미술 한 컵에 액션 반 국자, 로맨스 한 스푼에 코미디 두 봉지…. '쥬라기 공원' '스파이더맨' 같은 시나리오로 먼저 실력을 인정받은 데이비드 코엡 감독은 이 복잡한 요리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속임수에도 예술이 있을까. 트로이의 목마, 미인계를 비롯해 숱한 사기 수법 중에 마지막이 걸작인데 차마 지면으론 공개할 수 없다. 걸작이 그곳(?)에 있을 줄이야. 돌덩이를 황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이 있을 줄이야.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