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본토 투자, 때가 아닙니다… 代案은 홍콩H

"중국에 투자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난해 후강퉁(홍콩과 상하이 증시의 교차 투자를 허용하는 시장 개방 정책) 바람을 타고 53%나 폭등했던 상하이 증시에 올라타지 못한 개인투자자 권모(36·서울 서초동)씨는 땅을 치고 후회했다. 올 들어 그는 호시탐탐 중국에 투자할 타이밍만 노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연초 이후 상하이 증시가 슬슬 풀이 죽더니 이달 초엔 작년 말 대비 8% 이상 떨어지면서 헷갈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경기 지표들이 2~3년 새 최악의 수준을 가리키는 데다 중국 인민은행도 지난 5일 지급준비율을 갑작스레 인하하는 등 경기가 심상찮다는 신호도 계속 나오고 있다. 며칠 새 주가(상하이종합지수)가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작년 말 대비 마이너스다. 과연 지금 중국에 투자해도 괜찮은 것일까.

◇작년 같은 '대박' 기대는 금물

10월 국경절(건국일)과 함께 중국 최대 소비 시즌인 춘절(春節·18~24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중국 증시는 예년만 못하다. 지난 10년간 데이터를 보면 춘절 연휴 소비 증가율이 연간 전체 소비 시장 분위기를 좌우했다. 2011년에는 춘절 기간 소비 증가율이 20%에 육박했지만, 2~3년 전부터는 10% 초반대로 뚝 떨어졌다.

이런 이유에서 삼성증권은 올해 상하이종합지수가 3000~34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초 최고점이 3350포인트였고, 현재 3200 수준이어서 많이 올라봐야 4~5% 수준일 뿐 작년 같은 '대박'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중국 본토 투자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봐야지, 단기 플레이(투자)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국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중국 주식시장이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아무리 성장세가 위축됐다지만 중국의 거대 경제 규모를 감안한다면 7% 정도의 중(中)성장 속도도 양호한 편이며, 2020년까지는 경착륙 없이 이 정도 발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베어링자산운용의 중국·홍콩주식 부문 로라 루오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구조 개혁 작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시장이 충분히 재평가받을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 A주보다는 홍콩 H주

중국 투자의 경우 중국 본토의 상하이 A주와 홍콩 H주(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하반기 후강퉁 광풍을 타고 상하이 A주에 관심이 집중돼 상하이종합지수가 큰 폭으로 올랐는데, 기업 가치 대비 가격 수준 등을 따져볼 때 홍콩 H주가 상대적으로 투자할 만하다는 것이다. 홍콩거래소 산하 기관이 산출하는 H주 대비 A주의 프리미엄 수치(A주가 H주보다 얼마나 고평가됐는지를 보는 잣대)가 최근 120선 이상까지 치솟아 3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작년 같은 기간엔 90 수준이었다.

이런 현상은 펀드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중국 펀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 대부분이 본토 A주 펀드에 돈을 넣고 있다. 미래에셋TIGER레버리지ETF나 삼성차이나본토포커스 같은 펀드인데, 이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3%대로 저조하다.

반면 홍콩 H주를 담은 펀드는 같은 기간 +0.24%로 선방하고 있다. 동부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이동준 팀장은 "최근 헤지펀드 사이에서는 후강퉁으로 본토 주식이 많이 올라 돈을 슬슬 뺀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며 "본토 주식이 단기간에 상당히 과열돼 홍콩 주식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도 '차이나리치투게더' 펀드에 담은 주식의 93% 이상을 홍콩 H주로 채워넣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A주 광풍이 불었지만 H주에도 텐센트, 차이나모바일 등 좋은 주식이 많기 때문에 특별히 고평가된 A주를 넣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