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종교 비판할 권리 있어"

"이슬람교와 예언자 무함마드와 코란을 모독한 '악마의 시' 작가에게,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알면서도 출판에 관여한 모든 자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어디서든 그자들을 발견하는 즉시 처단하기를 모든 무슬림에게 촉구합니다."

1989년 2월 14일 이란 지도자 호메이니가 발표한 성명이다. 환상과 우화를 뒤섞어 이슬람의 탄생 과정을 그린 소설 '악마의 시'를 쓴 인도 출신 소설가 살만 루시디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루시디는 1998년 영국과 이란 외무장관 합의로 사형 선고가 철회되기 전까지 영국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도망 다녀야 했다. 루시디가 2012년 도피 생활을 회고해서 낸 책 '조지프 앤턴' 한국어판이 영문학자 김진준·김한영 공역으로 최근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루시디는 호메이니의 사형선고가 떨어진 날 영국 기자가 소감을 묻자 "기쁘진 않소"라고 덤덤하게 답했다. 그러나 그는 속으론 '이젠 죽었구나'라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도피 생활을 시작하며 '조지프 앤턴'이란 가명을 썼다. 그가 존경하는 소설가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를 합성한 이름이었다. 루시디는 회고록을 3인칭 화법으로 썼다. 자신이 겪은 수난을 객관적으로 조명해서 전달하려고 했다. 한 작가가 문학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황당한 현실을 살아낸 소설처럼 읽힌다. '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라는 주제를 놓고 허구와 현실의 갈등을 탐구한 수상록(隨想錄)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이야기와 더불어 살고 이야기 속에서 삶을 영위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거대 서사를 비판하고 논쟁하고 풍자할 수 있어야 한다. 이야기하는 동물이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자유로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