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개社 '공룡 연합(옐로모바일)'까지… 벤처 생태계 바뀌나

벤처기업 연합들이 탄생하고 있다.

한 개씩일 때는 조그맣던 기업들이 한데 뭉쳐 '공룡'이 되는 방법이다. 홀로 자생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산업 구조 아래서 서로 똘똘 뭉쳐 살아남겠다는 취지다.

2012년 설립된 옐로모바일의 경우 주로 주식 교환 방식으로 벤처기업을 인수, 불과 3년 만에 71개사를 한 울타리 안에 두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옐로모바일처럼 주식 교환 방식으로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500V도 등장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같은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협력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주식 교환 방식의 벤처 연합

대표적인 벤처기업 연합으로 꼽히는 옐로모바일은 주로 현금 대신 자사주를 주고 해당 기업의 지분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벤처 기업들을 인수해왔다.

이런 방식을 '주식 교환' 방식이라고 한다. 이 경우 옐로모바일에 인수된 회사는 만약 모회사인 옐로모바일이 상장해 주가가 크게 오를 경우 보유한 옐로모바일 지분을 팔아 매도 차익을 낼 수 있다. 각 자회사 대표이사들의 독립적인 회사 운영권을 보장해준다는 게 특징이다.

최근 출범한 500V는 향후 총 500개의 벤처기업을 인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회사를 인수해 그 기업들의 가치 총합이 5000억원이 될 때마다 묶어서 매각하기로 했다. 옐로모바일과 비교하면, 엑시트(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500V 쪽에 더 큰 권한이 있다.

벤처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연합 모델이 생기면 작은 회사들의 외부 투자 유치가 좀 더 쉬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인수된 다른 회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 매력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옐로모바일의 경우 지난해 기업 가치 1조원을 인정받고 미국 벤처캐피털 포메이션8으로부터 1억500만달러를 투자받기도 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만에 하나 상장에 실패하거나 상장 후 주가가 폭락할 경우, 회사와 투자자들이 떠안게 될 금전적인 부담은 커지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증시 전문가는 "2000년대 초반 IT 벤처 버블 때 수많은 회사가 상장됐을 때 가장 문제가 됐던 것 중 하나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었다"면서"옐로모바일의 경우 인수한 벤처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하기까지 적지 않은 장애물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 기업끼리 자금 투자·서비스 공동 출시

지분 교환 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하지 않고도 같은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은 벤처 업체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협력하는 사례들도 있다.

케이큐브벤처스는 매달 한 번씩 투자한 회사들의 대표이사 모임인 '패밀리데이'를 개최한다. 지난 2012년 회사 설립 후 현재까지 30회 넘게 진행됐다.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회사 간에 자금 투자와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도 투자를 받은 회사 간 교류가 많은 벤처캐피털로 꼽힌다. 이 회사가 투자한 비트윈과 스냅스는 지난달 사진을 출력할 수 있는 연동 서비스를 공동 출시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티켓몬스터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모여서 설립한 회사다. 이들은 스타트업 창업가들과 함께 벤처기업 4개를 공동 창업해 한 울타리 안에 두고 있다. 이 업체들은 패스트트랙아시아 사무실 안에서 공간을 함께 쓰며 사업 아이디어를 수시로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