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담비사 모요의 <죽은 원조>

사람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성정이 있어서 그 특별함의 성향은 나이가 들어도 결코 변하지 않음을 참으로 많이 깨닫게 되는 시간이 최근에 있었다. 나 역시 좌뇌보다는 우뇌가 불균형으로 발달하여 있음인지 이론적인 논리의 인지보다는 영원히 비성장형의 인간으로 남겨지는 경제개념이 전무한 상태에서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의무감으로 읽어야 하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사는 지역의 참담한 현실을 방송이나 뉴스에서 접하게 되면, 지역이기주의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내 주변의 힘든 여건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어려운 이웃들이 더 피부로 다가오곤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읽게 된 책이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잠비아의 담비사 모요가 쓴 <죽은 원조>이다.

그녀는 아프리카의 원조를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뚜렷한 개발 의지 없이 보내주는 선진국의 원조가 아프리카를 더욱 처참한 경제로 몰아가고 있으며 그것이 아프리카의 죽음을 부르는 원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뜻밖의 내용에 처음에는 경제라는 딱딱한 이론이 머리 아프기만 하였으나 밑줄을 그어가면서 읽고 있는 동안에 그 뜻을 이해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으며 시간에 비례하여 읽어가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담비사 모요는 유럽선진국들의 원조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완전한 세상에서, 경제발전의 가장 낮은 단계에 있는 빈곤국들에 필요한 것은 다수당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사실상 경제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는 결단력 있는 선한 독재자다.’라는 서두에서 선한 독재자는 개발도상국에서 불필요한 존재가 아님을 인식한다.

담비사 모요는 예를 제시하면서 주장하고 있다. 원조에는 양허성 차관과 증여의 형태가 있는데 증여는 빚을 탕감해주는 제도로서 대규모 해외차관이 높은 양허율로 제공되면서 빚을 자주 탕감해주다 보면 빈곤국들의 정책 입안자들은 차관을 거의 증여와 동일한 것으로 보게 된다. 그 형태는 빚을 갚아가야 하는 차관과 증여가 뚜렷하게 다르지 않다는 시각으로 굳어지는 데서 정책의 문제점이 발견되는 것이다.

마셜 플랜으로 서구열강의 식민주의 족쇄가 느슨해지면서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의 독립에서 경제독립과 경제발전을 위한 진정한 동기는 무시된 채로 원조를 보내는 공유 국들이 그 나라 정권의 지도자가 자기편을 지지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관심이 대상이었다. 아프리카의 원조는 개발 의제의 핵심에 있으며 부패한 권력자들의 개인사유가 일반화되어 있다고 한다.

막스베버의 두 가지로 분류되는 운명예정설과 열심히 일해 진보하는 프로테스탄트의 노동윤리(Protestant work ethic)에 따르면 공유 국들이 아프리카를 스스로 발전하지 못하며, 원조에 의존하는 모델의 문제점으로 아프리카를 근본적으로 영원히 성장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상태에 놓이게 한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 필요한 것은 다수당이 이끄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경제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개혁들을 밀고 나가는 결단력 있는 선한 독재자를 요구하면서 실제로 아시아 국가와 피노체트의 칠레와 후지모리의 페루는 민주주의 없이 경제적 성공을 이끄는 나라로 명시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가 원하는 것은 배고픈 민주주의가 아닌 지금 당장을 위한, 그리고 내일을 위한 경제성장이다.

한 예로 아프리카에 일주일 동안 약 500여 개의 모기장을 만드는 업체가 있었다. 열 명의 직원들은 15명의 부양가족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모기장의 수요는 말라리아를 퇴치하기에 충분한 양이 되지 못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할리우드의 한 스타가 개입하여 100만 개의 모기장을 보내게 되었고 그 모기장이 아프리카의 주민들에게 배포되자 아프리카 모기장 제조업자는 업계에서 퇴출되었고 그가 고용한 직원들은 150명의 부양가족을 보살필 능력을 잃게 된다.

근본적인 경제발전 차원의 논의에 의한 장기적 이득이 아닌 단기 개입인 미시-거시의 현실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일반적인 논리로 우리는 원조를 보내는 사람들이 이후의 사태까지 책임져야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대책 없는 원조는 그들을 점점 더 빈곤의 상태로 몰아간다.

지속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원조가 그들에게 비생산적인 공공소비를 촉진하고 투자를 촉진하는데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지난 30년간 원조에 의존하였던 국가들은 연간 마이너스 0.2%의 성장률로 원조는 증가하였으나 성장은 감소하였고 빈곤은 증가하였다. 원조액이 급등하면서 성장은 둔화되고 오히려 부패한 권력자들에 의하여 인재들은 엉뚱한 곳으로 배출되고 있다. 차관의 이자까지 점점 더 빈곤해지는 국가의 부담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아무리 희박한 최악의 가능성일지라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찾아 진행해야 한다. 위에서 예로 든 모기장 형태의 단순 투입이 아니고 아프리카에서 가장 절실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현실투시로서 원조금을 활용할 수 있는 생활 산업화의 경제발전이다.

뉴욕대 교수이며 전 세계은행 경제학자였던 빌 이스털리는 ‘잠비아가 1960년대부터 받아온 모든 원조를 투자로 전환하여 그 투자가 성장으로 이어졌더라면 1990년대 1인당 GNP가 약 2만 달러에 달했을 것(p87)’이라 분석하였으나 현재 1인당 GNP는 500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원조의 규모에 비교하여 30배 이하의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수원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거의 돌아가지 않는 막대한 원조금으로 아프리카 경제가 파괴되고 있다고 담비아 모요는 주장하고 있다. 담비아 모요는 가상의 동고공화국을 예로 들어 투자금의 유입을 활성화하기를 소망하고 있다. 투자금의 활성화를 시키려면 아프리카의 많은 정치인이 지니고 있는 근시안적인 사고로는 불가능하다.

원조국 또한 자국에서 지니고 있는 정치적인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에게는 죽은 원조가 아닌 원조를 받지 않는 환경에서의 경제전망과 장기적이면서 사심 없는 시각이 필요하다. (p219)’는 비판적인 주장을 한다.

그네들이 진정으로 글로벌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하는 세계인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삶의 최적함은 무한한 자원을 지니고 있는 아프리카가 동행의 관계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감성적인 시선으로 보내는 원조가 아닌 원인해결책이 무엇인가를 모색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예로 지금 산업개발의 형태로 투자를 실행하고 있는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미국이 50%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비하여 70%가 넘은 긍정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담비사 모요(Dambisa Moyo)는 1969년 잠비아 루시카에서 출생하였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의 부모님들 역시 1970년 잠비아 대학을 졸업하는 90명의 흑인 최초의 대학졸업생 중 두 명의 졸업생으로 아버지는 언어학으로 어머니는 영문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았으므로 그녀는 일반적인 아프리카인들과는 매우 다른 사고의 성장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모국인 잠비아의 현 상황을 바라보면서 그녀가 써나간 <죽은 원조>에서 그녀가 원하는 조국을 향한 궁극적인 목표로서 원조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스스로 변화를 원하지 않으면 서서히 자신이 처한 환경에 의하여 그것에 안주하게 되어 스스로 변화되어가는 사회 환경에서 도태되어 가는 사실을 모르게 된다. 아프리카가 원조금에 의존하여 국가의 경제발전은 도외시 되고 있는 상황과 같은 현상이 개인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일이다.

집안에서 국제우주정거장의 올림픽 성화 봉송을 바라보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은 이제는 먼 나라가 아닌 동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이라는 생각을 한다. 언어와 풍속이 달라도 바라보는 시간대의 현상을 함께 누리면서 살아가는 세상이기를 바라고 있다.

한 끼의 해결이 아닌 진정으로 그들의 문화와 그들이 살아가는 지역의 역사와 자연환경을 이해하고 그곳에서 그들이 원하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이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하여야 한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현실의 문제들을 이해하고 손을 내밀 때에 그들이 원하는 진정한 원조로서 그들의 오래된 문화를 지켜주고 그리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평화로운 세상이 함께 공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동서양과 아프리카까지를 포함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원칙에는 예외가 없다. 하나의 경제 원리를 배우고 그 경제의 개념을 나의 삶 속에 유입시켜 당당한 경제인으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때에 온전한 국가가 성립된다는 사실을 깨우쳐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문화는 국가가 이루어가는 것이 아니며 개인들의 삶의 단편들이 모여서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역사를 이루어나가는 시간은 결코 결과의 중요성이 아니고 역사를 이루어가는 과정의 소중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