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2.19 12:03

[시니어 에세이] 서해 금빛열차 시승식

한옥식 온돌마루와 족욕을 할 수 있는 세계최초의 열차가 생겼다는 기사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촘촘히 들어앉은 좌석을 다 걷어내고 열차 내부를 온통 마루를 깔았다는 건가? 그럼 신발을 다 벗고 들어가야 할 텐데…. 다른 신발과 섞여 잊어버릴 수 도 있겠네? 그리고 족욕까지?

입춘을 하루 앞둔 2월 초에 마침 시승식을 한다기에 신발주머니와 수건까지 챙겨서 용산 역으로 갔다. 외양을 황금빛으로 치장한 열차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한껏 들뜨게 만들었다.

그런데 내가 탑승 한 칸은 보통 열차와 다를 바 없이 빼곡한 의자들만 보인다. 온돌마루만 연상했던 열차 안이 그냥 보통 열차였다. 자세히 알고 보니 온돌마루는 객실운임 외 40000원 별도 요금을 내고 예약 하는 특별석이었다.

객차 5량중 1량을 9개의 방으로 만들어 한 방에 6명까지 둘러앉을 수 있는 크기의 방이었다. 실내는 모두 편백나무로 꾸며져 있고 벽에는 24인치 모니터가 설치되 열차에서 진행되는 이벤트모습과 신인개그맨들의 열차 내 순회공연도 실시간 중계되고 있었다. 자그마한 현관까지 있어서 신발주머니는 필요 없었다.

편백나무 경침을 베고 길게 누워서 차창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기도 하고, 한 가족이 촛불을 켜놓고 생일 파티도 할 수 있고, 홀로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도 하고, 달리는 열차 안에서 이런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여간 호사스럽지 않았다. 좁은 의자에 앉아 몇 시간씩 가야하는 긴 여행도 이렇게 간다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벌써 한달치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하니 모두 나처럼 궁금했던 모양이다.

족욕은 습식과 건식이 있는데 역시 5000원의 이용료를 내고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신청한 사람들이 많아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뜨거운 물속에 발을 담그고 싶었지만  차례가 오지 않아 건식으로 했다. 편백나무 통에 발을 담그고 타이머로 온도를 맞춘 후 무릎사이로 열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게 담요를 덮어 주었다. 좌석은 창문 쪽으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고 칸막이로 막아 오붓하게 둘만의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친구와 정담을 나누다 보니 조금 지나자 이마에 물기가 배어 나오고 피로가 싸악 풀리는 것 같이 상큼한 기분이다. 누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 고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서해 금빛열차는 장항선을 따라 아산, 예산, 홍성, 보령, 서천, 군산, 익산 등 7개 지역의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새로운 관광열차로 서해안 지역의 광역 지자체간과의 협력으로 편하게 구석구석까지 여행 할 수 있도록 잘 짜여 져 있었다.

조선일보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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