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異國 땅 방치된 애국자 유해부터 祖國에 모셔야"

"후손도 없이 이국 땅에 90년 넘게 방치된 독립운동가의 유해가 하루빨리 본국으로 송환됐으면 합니다."

장철우(76) 문화재찾기 한민족네트워크 뉴욕지회장은 2008년부터 매년 두 차례 뉴욕 퀸스의 마운트 올리벳 공동묘지에 묻혀있는 애국지사 황기환 선생(생년 미상, 1923년 사망)의 묘를 찾는다.

황 선생은 평안남도 순천 출신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국과 유럽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다. 1919년엔 파리강화회의에 한국 대표인 김규식 선생의 서기장으로 참석해, 일제의 부당한 한국 강점을 알리는 팸플릿을 간행해 세계에 알렸다. 1921년 '영일동맹(英日同盟)과 한국'이란 책자를 런던에서 발행하고, 상해임시정부 외교부의 런던 주재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1921년 미국으로 돌아와 임시정부 구미(歐美)위원회에서 활동하다가 1923년 뉴욕의 한 병원에서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1995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하지만 사망 당시 미혼으로 유족이 없어 아무 연고 없는 뉴욕의 공동묘지에 묻혔다.

존재 여부조차 잊혔던 그의 묘는 2008년 당시 뉴욕한인교회 담임목사이던 장 회장의 노력으로 재발견됐다. 장 회장은 '뉴욕한인교회 70년사'란 책에서 '교회 초창기에 한국인 노동자들이 마운트 올리벳 공동묘지에 묻혔다'는 기록을 본 후 교회 청년들과 공동묘지를 샅샅이 뒤져 황 선생의 묘비를 발견했다. 높이 50㎝도 안 되는 비석엔 '대한인 황긔환지묘, 민국오년사월십팔일영면'이란 글귀가 한글로 써있다. 장 회장은 "민국 오년은 상해 임시정부 수립 5년인 1923년 사망했다는 뜻으로, 비석을 세운 동포들의 독립 염원이 담겨 있다"면서 "2008년 가을 황 선생의 비석을 찾았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국가보훈처는 2013년 실사를 마치고 황 선생 유해를 대전 현충원에 안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유족이 없을 경우 한국 정부가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등 송환 절차가 까다로워 지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