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질환의 공격을 거뜬히 방어할 수 있는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국내 최고의 알레르기 전문가로 꼽히는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박중원 교수가 전하는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과 예방법.
큰 일교차로 인한 알레르기 질환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알레르기 질환의 요인으로는 큰 일교차를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몸이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호흡기 점막의 면역성이 떨어지고, 기관지나 코점막에 가해지는 큰 자극으로 인해 알레르기 비염, 천식 그리고 만성 기관지염이 악화된다. 따라서 이에 대비한 적절한 옷차림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마스크 착용 또한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호흡기 감염을 잘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나 RSV(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의 유행 시기는 11월에서 4월까지다. 즉 우리 몸의 면역성이 떨어지는 이 시기에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인플루엔자 감염의 경우에는 매년 가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으로 대비하길 권하지만, 우리가 흔히 감기로 총칭하는 급성 상기도 감염을 유발하는 다른 중요한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나 RSV를 예방할 수 있는 예방주사는 따로 없다. 이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는 환자의 분비물에 오염된 물건을 만진 손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에 귀가한 후, 그리고 직장에서 자주 손을 씻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알레르기 질환의 두 번째 유발 요인, 미세 먼지
봄철은 황사로 대표되는 미세 먼지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미세 먼지는 다른 말로 PM10이라고 하는데, 입자 크기가 10μm 이하인 부유 먼지의 농도를 표시한 것이다. 봄철에는 몽골, 중국 북부와 만주 지역의 흙먼지가 한반도로 날아와 기관지, 코, 눈 점막을 자극해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해 호흡기 알레르기나 만성 기관지염 환자의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흔하다. 심지어 정상인의 경우에도 미세 먼지에 노출되면 눈이 따갑거나 콧물, 재채기를 호소하게 된다. 실제로 황사철에는 알레르기, 호흡기 관련 외래 내원 환자와 응급실 내원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다. 미세 먼지 혹은 황사 경보가 발령된 날에는 불필요한 야외 활동을 줄이고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반 마스크는 방호 효과가 방진 마스크보다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
꽃가루와 함께 찾아오는 알레르기 질환
마지막으로 봄철 꽃가루 역시 알레르기 질환 환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1950~80년대에 대대적으로 시행한 산림녹화 사업의 성공과 현대인에게 각광받는 자연 친화적인 가치관으로 우리나라의 임목 축적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봄철 대기 중에 떠도는 나무 꽃가루의 양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봄철 꽃가룻병 환자도 더불어 늘고 있다. 특히 과거 봄철 꽃 가룻병이 주로 성인에서만 관찰되었던 것과 달리 요즘에는 소아 환자 역시 급격히 늘고 있다. 봄철 꽃가룻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는 쉽지 않지만 불필요한 외출을 피하고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심한 꽃 가룻병 환자의 경우에는 알레르기 면역요법을 실시하기도 하는데, 원인이 되는 꽃가루 추출물을 정제한 주사제를 접종하면 꽃가루에 내성이 생겨 증상이 훨씬 경감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알레르기 질환 Q&A
1. 소나무 꽃가루도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까?
우리나라 산림의 나무 분포를 보면 소나무와 참나무계가 각각 40%씩 차지하고 나머지 나무 종류가 2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 봄철 대기 중에 떠다니는 꽃가루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나무 꽃가루의 비중이 가장 높다. 하지만 소나무 꽃가루가 꽃가룻병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며, 한국에서 봄철 꽃가룻병을 일으키는 것은 대부분 참나무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를 습관화해야 하며 외출 후에는 목욕을 해 머리카락과 눈썹, 피부 등에 달라붙은 꽃가루와 곰팡이 등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2. 꽃가루 알레르기와 과일 알레르기의 상관관계는?
봄철 꽃가룻병은 과일 알레르기를 유발하기도 하는데 이를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이라고 한다. 사과, 복숭아 알레르기가 가장 흔한데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 환자의 경우 이런 과일을 먹으면 입안, 입술이 가렵고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쇼크를 유발하기도 한다. 사과, 복숭아 외에도 딸기, 참외, 키위, 생밤, 도라지, 인삼 등을 먹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 환자의 경우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들게 된다. 한국인이 가장 흔하게 앓는 음식 알레르기 질환이기도 한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 환자의 수는 봄철 꽃 가룻병 환자의 증가세와 함께 해마다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