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보고 느낀 인생의 참맛을 직접 책 속에 녹여내고 싶어 하는 시니어가 많지만 ‘대체 어떻게 써야 하냐’는 고민에 사로잡혀 시작조차 못 하는 시니어 또한 그에 못지않게 많은 것이 사실. 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전문가 3명을 만나봤다.
김호경·소설가
“짧은 글을 원고지에 베껴 쓰며 문장력을 키워보세요.”
글쓰기에 눈을 뜬 계기
아버지가 국어 선생님이었는데, 보관 기일이 지난 학생들의 시험지를 집에 가져오시면 그걸 화장지 대용으로 썼어요. 그런데 어느 날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가 시험지에서 윤동주의 시 ‘참회록’을 보게 된 거예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세상에 이런 멋진 글도 있구나’ 하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 것 같아요. 등단을 하고 많은 문인과 편집자, 기자를 만났는데 그들 중에서도 저처럼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이 흔치 않더라고요. 그 정도로 책을 많이 읽었어요.
소설의 매력
소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얼마든지 할 수 있게 해주잖아요. 저는 1997년에 소설 <낯선 천국>으로 등단했는데, 이 작품에 서점의 책 도둑 얘기가 나와요. 그 부분을 본 심사위원들이 정말 실감 난다는 평을 해주셨어요. 근데 그게 다 제가 서점에서 일하면서 현장에서 실제로 겪은 내용이니까 실감이 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물론 생업과 글쓰기를 같이 하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현장에서 보고 들은 걸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또 저만의 강점이 되더라고요.
글쓰기의 어려움 극복법
글을 잘 쓰려면 연습이 필요해요. 제가 권하고 싶은 방법은 <조선일보>의 ‘만물상’처럼 짧은 글을 원고지에 그대로 베껴 쓰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문장력이 점점 늘어나요. 또 저는 시를 계속 읽어요. 마음이 정화되기도 하고 짧은 한 줄에 함축된 표현을 읽으면 글쓰기에 도움이 많이 돼요. 한시도 좋고요. 한문 자체도 좋고, 풀이도 좋거든요.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여행을 권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는 직접 운전을 하는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말해요. 지하철 맞은편에 앉은 사람을 관찰하다 보면 글의 디테일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대신 이동 시간에 독서를 하면 독서할 시간이 충분히 확보돼 좋아요. 저는 그 시간을 이용해 일주일에 7~8권의 책을 읽기도 했어요.
글쓰기의 소재
신입 사원 시절, 회사에 지각하지 않으려고 길 안내 부탁을 거절했던 맹인 아저씨, 고등학교 1학년 때 바닥을 쳤던 수학 성적을 끌어올려준 담임 선생님 등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런 분들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더라고요. 남자들은 군대에서 나한테 잘해줬던 선임병이나 내가 구박했던 후임병이 떠오르기도 할 테고, 어느 순간 서먹해진 아버지가 마음에 걸리기도 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의 손을 붙잡고 ‘미안했다, 고마웠다’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얘기에 드라마적인 요소를 더해서 쓴 책이 신간 <카펜터의 위대한 여행>이에요. <시니어조선> 독자 여러분도 그렇게 마음에 맺히는 생각을 글에 담아 표현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강원국·라이팅 컨설턴트
“정답이 없다는 것은 글 쓰는 사람에게 희망이기도 합니다. 자기 나름대로 자신 있게 쓰면 되니까요.”
글쓰기의 어려움
저 역시 ‘글쓰기가 쉽다, 즐겁다’고 얘기하시는 분을 보면 이해가 잘 안 됩니다. 26년간 글을 써왔는데도 말이죠. 제가 모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모두 글을 잘 쓰시는 분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글 쓰는 일을 힘들어하셨어요.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자기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야 하고, 또 그것을 표현해야 하는 이중고지요. 더 큰 문제는 이런 과정에 정답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암중모색의 과정이죠. 그러나 정답이 없다는 것은 글 쓰는 사람에게 희망이기도 합니다. 자기 나름대로 자신 있게 쓰면 되니까요. ‘내 생각이 이런데 뭐 어쩔 거야?’라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고 쓰면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에 눈을 뜬 계기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님께서 계몽사에서 나온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50권짜리를 외판원에게서 사 오셨어요. 그런데 반품을 하시겠다고 빨리 읽으라고 하시는 거예요. 정말 정신없이 읽었어요. 아마 반품하겠다는 얘기를 안 하셨다면 지금까지 읽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아무튼 그 전집을 독파한 후부터 학교 글짓기반에도 들어가게 되고 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글쓰기를 어렵게 하는 것
잘 쓰려고 하면 잘 써지지 않는 게 글이에요. 내가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 읽는 사람을 감동시켜야겠다는 욕심이 글쓰기를 어렵게 만들죠. 또 마감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도 잘 써지지 않아요. 욕심을 부리게 되니까요. 제 경우에는 촉박하게 써야 할 때 오히려 좋은 글을 썼던것 같아요.
글쓰기 노하우
잠을 자려고 하면 할수록 불면증에 시달리듯 글도 억지로 끄집어내려고 하면 글이 그걸 알아요. 안 나오려고 오히려 더 견고하게 버티죠. 글이 방심하게 만들어야 해요. 저의 경우 산책이나 딴짓을 합니다. 종이나 모니터 앞을 떠나면 불현듯 쓸 말이 떠올라요. 그럴 때 잽싸게 낚아채야 해요. 메모하거나 모니터 앞으로 가는 거죠.
더 좋은 글을 위한 노력
다섯 가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독서와 토론, 학습, 관찰, 메모. 물론 글을 쓴 다음에 끊임없이 고쳐 쓰는 노력도 필요하고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열심히 잘 사는 것입니다. 글은 그 사람의 생각이고 삶 자체니까요. 간디 묘비석에 “내 삶이 나의 메시지다”라고 쓰여 있다는데, 누구나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문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병완·작가
“3년간 만권의 책을 읽은 후 독서력이 축적돼 매일 다섯 권 이상 책을 읽습니다.”
신나는 글쓰기
글쓰기는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글쓰기만큼 즐겁고 신나는 일도 없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잘못된 두려움이 글쓰기를 굉장히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글쓰기는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출근하고 일을 하는 것처럼 매우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너무 의도적으로 해야 하는 것으로, 혹은 너무 큰 능력이나 연습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책 쓰기는 인생 최고의 도전이며 자신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행위입니다. 그뿐 아니라 자신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최고의 수단이자 행복하고 즐거운 행위이기도 합니다.
글쓰기를 즐기게 된 계기
한 중년 남성이 3년 동안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도서관에 출근해 책만 읽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글쓰기를 하기 전에는 제가 얼마나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몰랐다가 글을 쓰게 되면서 제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3년간 만 권의 책을 읽은 후 독서력이 축적돼 이제는 매일 다섯 권 이상 책을 읽습니다. 글쓰기 소재 역시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서 발견합니다.
글쓰기가 즐거운 이유
글쓰기는 최고의 몰입 활동이자 정신 활동입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있기에 즐겁고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몰입’의 개념을 창안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말한 것처럼 몰입할 때 행복도 느낄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감 결여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평소에 많이 써보지 않아서 결국 못 쓰게 되는 것입니다.
작가가 된 이유
작가가 되기 전에는 11년간 삼성전자 휴대폰 연구원, 6 시그마 전문가로 일했습니다. 그 일도 좋았지만 좀 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누군가가 시키는 일보다는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고 싶었습니다. 돈 벌기 위한 일보다는 인생을 걸고 뭔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작가가 된 이유는 없습니다. 3년 동안만 권의 책을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그렇게 책을 쓰기 시작해 2년 동안 50여 권의 책이 출간됐습니다. 지금의 삶은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열 배 정도 더 좋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고, 함께 나누고 소통할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