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에 경고 그림 넣는다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도록 한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2월 국회에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내년 가을부터는 담뱃갑에 경고 그림이 붙을 전망이다.

보건복지위는 24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부착하도록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에서는 담배 제조사가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그림과 문구를 담뱃갑 앞·뒷면 면적 50% 이상 크기로 넣도록 했다. 경고 그림 비율은 30% 이상을 차지하도록 했다. 구체적인 경고 그림 내용은 복지부가 정한다.

법안소위는 또 담뱃갑에 들어가는 경고 문구에 "다른 사람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라는 간접흡연의 폐해를 지적하는 내용의 문구도 추가하도록 했다. 법안소위는 정부와 담배 제조사의 준비를 위해 법안 공포 후 1년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두도록 했다. 복지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부착하자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정부가 2003년 국제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WHO FCTC)에 서명하면서부터다. 담배규제기본협약은 경고 그림이 흡연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므로 담뱃갑에 부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후 지난 12년 동안 정부와 의원 발의 형태로 11차례나 경고 그림을 도입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담뱃갑 경고 그림은 세계 55개국이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대표적인 '비(非)가격' 금연 정책이다. 캐나다에서는 제도 도입 전 24%이던 흡연율이 6년 만에 18%로, 6%포인트 하락했다. 브라질은 제도 도입 후 1년 만에 흡연율이 31%에서 22.4%로 떨어졌다고 금연운동 단체들은 주장했다.

류근혁 복지부 건강정책국장도 "담뱃갑 경고 그림은 가격 인상과 함께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으로 인정받은 방안"이라며 "담뱃값 인상과 함께 경고 그림까지 도입하면 42.5%인 한국의 성인 남성 흡연율을 2020년까지 20%대 후반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등은 경고 그림을 도입한 이후에도 흡연율이 상승했다. 이에 "담뱃갑에 혐오감을 주는 그림을 넣는 것은 시각적 폭력"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