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2.26 10:11

[시니어 에세이] 나는 별이다

어느 인문학자는 인간을 별에 비유했다. 나도 자그마한 별이다. 별은 섭리에 따라 움직인다. 바람직한 내 삶의 방향은 섭리대로 사는 것이지 싶다. 바람직한 삶은 인간이 추구해온 과제이고 앞으로도 꾸준하게 연구하게 될 것이다. 그런 과정 중에서 철학과 과학이 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사람은 늘 성공을 추구하고 편의와 물질을 탐하여 왔다.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일까? 사람은 늘 건강을 챙긴다. 건강은 여러 가지 측면이 있다.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 그리고 사회적 건강도 있고 영적 건강도 있다. 건강이라고 하면 응당 신체적 건강을 앞세운다. 신체적 건강을 우선시한 결과 우리는 잃었던 면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오늘에 이르러서 더욱 그러하다. 현대의학과 의술이 우리에게 공헌도 하였지만 새로운 문제점도 낳고 있다. 의학의 기술은 구체화하고 세분화한다. 

우리 속담에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했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정밀화되어 예전에 보지 못하고 넘겼던 분야도 들춰낸다. 그리고 경제적 측면의 사업과 밀착하여 의술 본연의 기능이 상실되기도 한다. 의술이 상업의 노예로 추락하기도 한다. 돈벌이를 위하여 어느 치과 의사가 치아를 몇 가마니 뺐다는 얘기가 세상에 떠다닌 적이 있다. 우스개를 겸한 과장된 이야기이지 싶다. 자주 언론지상에 떠오르는 근래의 의료사고도 그런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만물은 나름의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능력을 조물주가 주었다 할 수 있다. 동물이 그렇다. 스스로 해결한다. 초식 동물은 감각적으로 독풀을 먹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자연의 섭리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훼손한 나무 둥치의 상처 부분도 저절로 아문다.

의료기관에 잘 갈 수 없었던 시절에는 어지간한 아픔은 참음으로써 시간의 흐름을 통해서 치유했다. 어린 시절에 눈에 다래끼가 나면 반대쪽의 눈썹을 뽑아 길가에 돌무덤을 쌓고 거기에 올려놓고 지나가는 사람의 발에 걸려 돌무덤이 무너지면 낳는다고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시간을 기다린 방안이었다.

자연에서 얻는 민간 처방인 조약을 통해서 고치기도 하였다. 오늘에 이르러서 사람은 그 치유를 스스로 하기를 포기한다. 의학과 의술, 의료시설의 발달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여긴다면 나의 편견일까? 편의성을 탐구하는 인간의 마음과 욕심이 부추기도 한다. 생명연장이 그런 일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사람의 신체는 상호 유기적이다. 어느 한 부분도 쓸모없지 않다. 최근에는 사랑니도 그대로 두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는 당연히 뽑아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젖가슴을 도려내면 유방암은 없게 된다. 유방암을 예방한다고 유방을 도려낸다면 어떨까? 특정 신체 부위를 유기적 관계가 아닌 독립체로 보는 시각이다. 혹시 현대의학에서 인체 각 부위가 유기적으로 존재하고 나름의 역할이 있음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는 의학이나 의술에 대해서 문외한이다. 일상의 느낌이다. 우리는 의술을 맹신하는 경우도 많다. 수많은 의사가 넘쳐나고 병원이 우후죽순 격으로 지어지고 있지만, 환자는 늘고 있다. 그렇다고 인구수가 급격하게 증가하지도 않았다. 환경의 변화가 가져온 이유도 있을 수 있다. 많은 아이가 고통을 겪는 아토피도 그렇다. 자연스럽게 살았던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질병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다. 자연의 섭리를 따르지 않은 삶에서 연유된 현대병인지 모른다. 자연의 파괴와 섭리의 도외시는 곧 인간에게로 되돌아왔지 않았을까?

인간은 우주의 하나다. “나는 별이다.”라고 한 어느 인문학 강사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둥근 머리는 하늘을 닮았고 네모난 발은 땅을 닮았다. 하늘에는 사시가 있듯이 사람에는 사지가 있고 하늘에는 오행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오장이 있다 한다. 하늘에는 해와 달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두 눈이 있고 하늘에 밤과 낮이 있듯이 사람은 잠이 들고 깨어난다. 나는 곧 별인 셈이다. 별은 섭리에 따라 움직인다. 별인 나도 섭리에 따라 생활하는 것이 행복한 인생을 일구는 근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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