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받는 통장은 수시 입출금해도 최대 2% 금리

최근 30년간의 교사생활을 마치고 퇴직한 60대 김모씨. 매달 280만원의 공무원연금을 받게 됐지만 고민이 생겼다. 생활비로 매달 150만원 정도만 쓰고, 나머지 130만원은 금융 상품에 굴려 재테크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고민하던 김씨는 자신에게 적합한 금융 상품을 찾았다. A은행의 수시입출금 통장이었다. 일반적인 수시입출금 통장은 이자가 쥐꼬리만큼 붙지만, 이 상품은 연금을 매달 이체할 경우 잔액 규모에 상관없이 최대 2%에 가까운 금리를 보장하는 장점을 갖췄다. .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의 대거 은퇴로 국민·공무원연금 등 4대 연금을 매달 수령하는 연금 수급자가 늘면서, 연금을 잘 굴려주는 은행권의 은퇴 상품 가입이 크게 늘고 있다. 신한·KB·우리·하나·기업 등 5대 은행이 1~2년 전부터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연금수령통장·예적금 상품을 내놨는데, 여기에 몰린 돈이 7조2034억원(1월 말 현재)에 달한다. 가입자는 240여만명에 이른다. 은퇴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은퇴 금융 상품은 무엇이 있을까?

◇매달 연금만 이체하면 최대 2% 금리 주는 수시입출금 통장 인기

매달 100만~300만원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들이 가장 몰리는 상품은 연금 수령 전용 수시입출금 통장이다.

연금 일부를 굴리거나, 여행·레저 용도로 돈을 모아두려는 '액티브 시니어'세대들에게 인기이다. 과거엔 쓰고 남은 돈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이자가 연 0.1~0.2% 수준인 일반 수시입출금 통장에 넣어두기 일쑤였다. 보험사의 연금 상품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지 않고,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금리가 1%대 후반으로 떨어진 데다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등 은퇴자들에게 적합한 금융 상품이 드물었다.

출시 5개월 만에 50만명이 몰린 하나은행의 '행복 Knowhow통장'은 매월 연금 이체 시 연 1.7%의 금리를 주고, 타행 자동화기기 수수료를 월 10회 면제한다. 하나카드로 매달 30만원 이상만 쓰면 금리를 0.3% 얹어 최대 2%까지 금리를 준다. 전체 고객의 70%는 만 65세 이상의 은퇴자들이다. 하나은행 리테일사업부 김한성 팀장은 "매달 1인당 평균 200만원의 연금이 이체되지만, 실제 은퇴자들의 지출을 보면 100만~150만원 안팎"이라며 "나머지 돈을 여행이나 레저, 경조사비 등으로 쓰거나 다른 곳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100세청춘통장'과 신한은행의 '미래설계통장'도 비슷한 수시입출금 상품이다. 이 상품들은 각각 100만원 이하, 50만~300만원의 통장 잔액에 대해 연 2~2.5%의 우대금리를 준다.

◇매달 1000원 이상 붓는 21년 장기 적금도 등장… 퇴직금 일부만 연금처럼 수령하는 상품도

생활비로 쓰고 남은 연금을 장기간 저축하면서 중도에 인출할 수 있는 적금 상품도 나왔다. 최근 출시 사흘 만에 1000명의 가입자가 몰린 기업은행의 'IBK평생든든자유적금'은 최장 21년간 적금을 부을 수 있는 상품으로, 한 달에 1000원부터 3000만원까지 불입할 수 있다. 금리는 연 1.9%이지만, 연금 이체 실적 등에 따라 최대 2.2%까지 우대금리를 준다. 기존의 은행 적금 상품은 중도 인출이 안 되고 중도 해지만 되는 반면, 이 상품은 1년에 2번까지 잔액을 인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최소 10만원을 잔액으로 남기면, 적금이 유지된다.

명예퇴직 등으로 거액의 퇴직금은 손에 쥐었지만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5년가량 남은 50대 중반 은퇴자에게 적합한 상품도 있다. 이들은 대개 10~20년짜리 연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보다는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만 소득 공백을 메우고 싶어 한다.

800억원을 끌어들인 신한은행의 '미래설계 크레바스 연금예금'은 이런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설계됐다. 퇴직금 등 목돈의 일부만 연금으로 수령하고 나머지는 만기에 돌려받는 방식이다. 만기가 5년인 이 상품은 입금액의 일부에 대해 연 2.4% 고정금리를 적용해 매달 연금 방식으로 돈을 내준다. 만기에 돌려받는 원금에 대한 이자도 함께 받는다. 예컨대 4억원을 납입했다면, 1억원에 대해 매달 167만원을 받으면서 1억원에 대한 매달 이자(최초 20만원에서 5년 만기시엔 0원), 그리고 3억원에 대한 매달 이자 60만원을 연금에 포함해 수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