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위험 자산으로 유턴… 금값 다시 추락

한동안 계속 움츠러들었던 글로벌 증시에 다시 '봄볕'이 감돌고 있다.

올 초 글로벌 자산 시장의 키워드는 '안전'이었다. 그리스가 긴축에 반대하는 새 정부의 출범으로 다시 재정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늘어난 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가 하락으로 인해 러시아와 중남미 등 원유를 수출하는 신흥국들이 흔들릴 것이라는 공포감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안전 자산에만 몰렸던 투자자들이 다시 주식 등 위험 자산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이 연장돼 급한 불을 끈 데다, 유가도 조금씩 반등하면서 주요 국가들의 증시는 강세를 보였고 안전 자산들의 가격은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金·美국채 가격은 하락, 러·중남미 증시는 강세

주요 안전 자산 중 하나로 꼽히는 금은 올 들어 두 달간 큰 폭으로 출렁였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한 우려와 러시아 등 신흥국 경제 불안에 대한 공포 속에 지난달 가파르게 올랐던 금값은 반대로 이달 들어서는 꾸준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300.7달러까지 올랐지만 25일에는 온스당 1201달러로 마감, 약 한 달 만에 7.7% 하락했다.

또 다른 주요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도 최근 약세다. 지난달 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639%였지만, 25일에는 1.97%까지 상승했다(국채 가격 하락).

최근 한 달간 약세로 돌아선 안전 자산과 달리 글로벌 증시는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주요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유가 급락에 대한 우려로 지난해 크게 하락했던 러시아와 중남미 증시가 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달 들어 러시아 증시는 19.87% 상승했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각각 10.45%, 13.59% 올랐다.

◇유가 하락 멈추고, 그리스 우려도 줄어… 걷히는 악재

최근 한 달간 글로벌 투자의 흐름이 안전 자산에서 위험 자산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그동안 증시를 감쌌던 악재들에 대한 우려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그리스에서 좌파 정당인 시리자가 정권을 잡으면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후 재협상 끝에 지난 20일 유로존 재무장관들과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지원 기간을 4개월 연장하는 데 합의하면서 우려는 다시 사그라든 상태다.

국제유가 하락도 조금씩 진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 초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원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40달러 선 초반까지 하락했지만, 이달 들어 점차 반등하면서 25일에는 배럴당 50.99달러까지 회복됐다. 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4일 청문회에서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는 문구가 바뀌어도 당장 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은 9월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악재 사라진 것 아니다" 경고도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시를 움츠러들게 했던 악재들이 여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섣불리 위험 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스 구제금융 시한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 유로존 탈퇴 우려가 커질 수 있는 데다, 현재 원유 재고량이 많아 유가 역시 언제든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증시가 또다시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구제금융 연장 합의로 글로벌 투자가 위험 자산으로 몰리고 있지만, 연장이 끝나는 올해 5~6월이 되면 다시 한 번 그리스의 추가 구제금융이나 채무 조정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