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러 왔니? 명품 액션으로 19禁 한계 넘는다

액션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흥행 기세가 뜨겁다. 25일까지 268만명이 봤다. 2007년 영화 '300'이 식스팩 스파르타 전사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운 19금(禁) 영화 최다 관객 기록(292만명)도 곧 깨뜨릴 전망이다. 007 시리즈의 우아한 첩보원 코드에다 유혈 낭자한 타란티노 스타일을 말끔하게 버무린 독특한 스파이물. 어떤 매력이 관객을 끄는 걸까.

①경쾌하게 금기 넘는 19禁=사실 영화는 꽤 잔인하다. 사람 몸을 쉽게 토막 낸다. 수백 명이 한꺼번에 죽는 대학살 장면도 있다. 그런데도 잘 만든 PC게임을 하듯 부담 없다. 심영섭 평론가는 "장르 전복을 통해 도덕적 금기(禁忌)를 깨뜨리는 건 본래 사지 절단 스플래터 호러 영화의 특징인데, 이 영화는 그걸 키치 취향의 고급스러운 액션으로 융합했다. 경쾌하게 금기를 넘어서는 쾌감이 있다"고 했다. 뛰어난 만화 스토리 작가인 원작자 마크 밀러와 수퍼 영웅 엑스맨 시리즈의 매슈 본 감독이 만나 맺어진 열매이기도 하다. 김봉석 평론가는 "자칫 마이너 취향이 되기 쉬운 요소들을 우아하게 포장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배치한 감독의 영리함이 돋보인다"고 했다.

②女心 홀리는 '영국식 명품'=한국 여성에게도 인기 높은 영국 배우 콜린 퍼스 역시 매력 포인트다. 본격 액션 연기를 한 첫 영화에서 그동안 쌓아온 절도 있는 귀족 캐릭터에다 스파이물에서도 잊혔던 제임스 본드의 향수 어린 섹시함을 더했다. 방탄 우산, 맹독 칼날이 장착된 구두, 홀로그램 안경 등 소품도 럭셔리 명품 느낌이다. 심 평론가는 "솔직히 넋 놓고 봤다"고 했고, 최광희 평론가는 "시쳇말로 여성 관객이 홀랑 넘어간 것"이라 했다. 최 평론가는 "감독의 전작인 '엑스맨' '킥 애스'처럼 유사 부자(父子)관계를 맺는 젊은이와 중년 남성을 등장시켜 세대를 아우르고 넓힌 캐릭터 전략도 통했다"고 했다.

③절묘한 개봉 시점=등판 타이밍도 좋았다. 예년 설 연휴 극장가는 한국영화 서너 편이 관객을 나눠 가졌다. 올해는 '조선 명탐정' 속편 외에 뚜렷한 경쟁작이 없었다. "'국제시장' 등 가족영화와는 타깃 관객층이 다른 액션 오락영화여서 비교 우위에 설 수 있었다"(최광희)는 분석이다.

게임처럼 손쉬운 살인, 정형화된 캐릭터 등 단점도 적지 않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정색하고 보면 발칙하고 무례하지만, 가볍게 즐기는 장르 영화로 보면 장점이 도드라진다"고 했다. "노골적이면서도 세련된 영국식 유머를 만화적으로 과장해 흥겹게 보여준다"(김봉석), "'올드보이'에서 영감을 얻은 롱테이크 액션,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울려 퍼지며 불꽃놀이하듯 머리가 터지는 장면은 영화적 완성도도 높다"(심영섭)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