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잘나가는 코스닥, 진짜 보석 찾는 법

-4.8% vs 8.6%.

지난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의 성적표다. '설마 떨어질까'라는 생각으로 대형주 펀드에 돈을 묵혔던 사람들은 죽을 쒔고, 과감한 모험을 택했던 중소형주 펀드 투자자들은 두 자릿수에 달하는 화려한 수익률을 챙겼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큰형(코스피지수)이 비틀대는 사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동생(코스닥지수)이 그야말로 '진격'하고 있어서다. 코스닥지수는 올해만 10% 넘게 오르면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620을 돌파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스닥 강세장이 올 것인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올 들어서는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이유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금 코스닥 종목에 투자하기는 늦은 것일까. 머니섹션 M플러스가 전문가들에게 속 시원한 해답을 들어봤다.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 코스피보다는 코스닥

그동안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했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형주에 투자해서는 예전만큼 많은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코스닥지수가 코스피지수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 현상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태성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몇 년 전부터 대형주로는 새로운 자금이 수혈되지 않고 기존에 있던 투자자들이 업황이 나쁜 업종에서 좋은 업종으로 돈을 옮기는 식의 투자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대형주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투자자들을 증시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뚜렷한 이유 없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던 코스닥시장의 IT 부품주와 헬스케어 관련주는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으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닥지수의 체질이 과거에 비해 좋아지면서 이제야 투자할 만한 시장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2000년 초반까지 코스닥시장을 이끌었던 기업이 주로 소재·자본재, IT 하드웨어 등 특정 산업에 쏠려 있었다면 몇 년 전부터 헬스케어와 소비재 기업이 잇따라 상장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스닥 종목, "투자 매력 높다" vs "좀 더 지켜봐야"

코스닥 종목을 지금 사도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전문가들이 엇갈린 대답을 내놨다. 코스피지수 대비 투자 매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종목은 코스닥 열풍을 타고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다수 종목의 주가가 상당히 많이 오른 지금 들어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라면서 "코스닥지수가 어느 정도 안정된 흐름을 보일 때까지는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낮은 유가증권시장의 소형주로 관심을 돌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이사는 "하반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 세계 증시가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때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등한 중·소형주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2분기 이후 주가 흐름을 살펴본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반면, 아직 과열을 얘기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급등한 주가지수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는 있지만 국내 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만큼 중·소형주 강세는 추세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흙 속 진주, 실적·밸류에이션·배당에 답 있다

1000개가 넘는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 '진흙 속 진주'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증권사에서는 실적·밸류에이션·배당 세 가지를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① 실적 개선되는 인터넷·중국 소비재주(株)

대형주를 선택할 때와 마찬가지로 코스닥 종목 역시 실적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박승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반도체장비, 휴대전화 부품 업종을 추천하면서 꾸준히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종목이 많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추천 종목으로는 케이엠더블유·에이스테크·텔콘·인프라웨어를 꼽았다. 하석원 NH투자증권 스몰캡 연구원은 중국인들이 많이 소비하는 소비재 업종에 주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그중에서도 화장품 관련주인 코스온·에이씨티를 예로 들면서 "화장품은 중국 현지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한국 제품군 중 하나"라면서 "앞으로도 실적이 꾸준히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② 밸류에이션 지나치게 높은 종목은 피해라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된 종목은 피해야 한다. 최근 바이오·헬스케어주가 고령화 시대 수혜주로 주목을 받으면서 일부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높을수록 주가가 기업 실적에 비해 과대 평가됐음을 의미)이 10배 이상으로 뛴 경우도 나타났다. 정훈석 연구원은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개인 투자자라면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헬스케어주에 대한 투자는 피하라고 조언하고 싶다"면서 "밸류에이션이 높지 않으면서도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자동차 부품주나 교육 관련주에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정 연구원은 평화정공과 진성티이씨를 추천했다.

③배당 수익률, 대형주 안 부러운 종목 있다

배당 수익률(주가 대비 배당액)이 높은 종목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코스닥 상장 종목 중에서 최근 3년간 배당 수익률이 높았던 종목은 C&S자산관리·정상제이엘에스·한국기업평가 등이다. 이들은 연평균 배당 수익률이 6~7%대로 웬만한 대형주보다 높다.

개별 종목을 매수하기가 부담스럽다면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중소형주 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평균 32.2%였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는 1.8% 손실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