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MBA] "母회사니까 일 주겠지"… 착각은 금물, 한 식구 이전에 고객이다

"고객 만족 경영을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좀 잡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느 대기업으로부터 요청받은 강의였다. 일반 대중이 아니라 모(母)회사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형적 B2B 기업이었다. 설마 모회사가 우리를 버리랴 하는 생각에 긴장감이 크지 않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그때 떠올랐던 장면 하나. 지난 1994년 말, 독립 광고 대행사 웰콤이 삼성전자의 냉장고 광고를 수주했다. 쉽게 말해 삼성전자가 자회사인 제일기획을 버리고 다른 광고 회사에 자사 광고를 준 것이다. 비정한 비즈니스 세계, 교훈은 강력하다. 고객은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한다는 것! 고객이 모회사라고 마음 놓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업종과 직종을 불문하고 무엇인가를 팔거나 팔아야 하는 세상, 중요한 건 고객이다. 내 고객이 누구인지 제대로 정의해야 하는 건 그래서다. 이는 B2B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며 모회사, 자회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식구라고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세상은 넓고 대안은 많다. 관계사 사정 봐줄 정도로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

그렇다면 고객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어때야 할까?

첫째, 시나리오를 통한 선제적 대응이다. 경영 전략, 마케팅 전략도 결국은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의 유가 하락이 고객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1인 가구가 늘어나면, 실버 계층의 소비력이 커지면,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우리 고객사의 비즈니스는 어떻게 될까? 고객사의 비즈니스에 고성능 안테나를 들이대고 그런 변화의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고객사엔 이런 서비스가 필요하겠구나', 이게 우리의 자세여야 한다.

둘째, 문제 해결 이전에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병원에서 의사가 무작정 치료부터 하는 게 아니듯, 어디가 어떻게 왜 아픈지 문제를 찾아야 한다. 문제가 제대로 정의되지 않으면 정답도 나올 수가 없다. 예전에는 냉장고를 하나 사려면 세일즈맨과 상담했다. 다양한 냉장고의 종류와 선택 항목 중에서 내게 맞는 것이 어떤 건지 세일즈맨이 골라주었다. 하지만 이젠 인터넷만 잠시 뒤적이면 그런 정보는 수두룩하다. 그렇다면 세일즈맨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고객사가 해달라는 것만 수동적으로 수행하면 고객 만족은 요원하다. 전문가로서 고객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이걸 해달라고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저것이구나', 그걸 찾아 해결해주어야 하는 거다. 이른바 '업(業)에 대한 통찰'을 팔아야 한다.

셋째, 작은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사소함이 전체를 결정한다. 전 세계 공항이 입출국 절차에 평균 한 시간 걸린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싶을지 모르지만 인천공항을 세계 최고 공항으로 만들어 놓은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시작은 늘 작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작은 시작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중국에는 13억 인구가 있다. 아무리 작은 문제라도 13억을 곱하면 아주 커다란 문제가 된다." 전 중국 국무원 총리였던 원자바오의 말이다.

끝으로 고객 경험 관리다. "브랜드는 이제 정체성이 아니라 경험"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고객의 총체적 경험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치료 잘해 준다고 좋은 병원이 되지 않는다. 병원이 깨끗하기도 해야 하고 대기 시간도 너무 길지 않아야 하며, 진료 순서도 공정해야 하고 상담 시간은 충분하고, 친절해야 한다. 이처럼 수많은 고객 접점을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게 관건이다. '100-1=0'이라는 고객 만족 공식은 그래서 유효하다.

고객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결국 핵심은 '왜'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걸 알아야 하는 일에 진정성이 생기고 고객은 거기에 감동한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고객사도 결국 고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