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다른 액면 분할… 株價 반짝상승 후 뒷걸음

올 들어 주식 액면 분할에 나서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주식 액면 분할은 5000원짜리 한 주를 500원짜리 10주로 나누는 식으로, 주식 하나를 여러 개로 쪼개는 것이다.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 수가 늘어나서 거래가 활성화되고, 길게는 주가 상승과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기업들이 실시한다. 헌데 이런 기대와 달리 액면 분할에 따른 주가 상승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르더라도 실제 액면 분할이 이뤄진 후에는 주가가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특히 대형주의 주가 상승효과가 미미했다.

◇아모레퍼시픽 등 올 들어서만 7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주식 액면 분할을 실시한다고 밝힌 기업은 총 7개 사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백광소재, 한국특수형강,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그룹, 남성을 비롯해 코스닥 상장사인 포스코켐텍, 디비케이까지 줄줄이 주식 액면 분할 계획을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주식 분할 공시가 한 건도 없던 것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연초부터 황제주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이 주식 액면 분할에 나서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주가가 다시 한번 오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왔다. 실제로 백광소재, 한국특수형강, 포스코켐텍 등 일부 종목은 공시 이후 주가가 소폭 오른 상태다.

◇주가 영향은 크지 않아… 변경 상장 이후엔 하락

그러나 증권 전문가들은 이런 주가 상승효과가 일시적이라고 분석한다. 보통 주식 액면 분할을 공시한 후 3~5개월 지나 변경 상장을 하게 되는데, 변경 상장 이전까지 주가가 오르다가 상장 이후에는 다시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증권 정보 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2001년 이후 국내 상장사들의 액면 분할 건수는 총 1186건으로, 이 가운데 변경 상장일을 기준으로 전후 1년간의 주가를 비교할 수 있는 사례는 총 408건이다. 액면 분할 변경 상장일을 기준으로 주가를 비교해 봤더니 재상장 3개월 후 71.3%(291건)의 주가(액면 분할을 반영한 수정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비교 시점을 더 길게 잡아도 마찬가지다. 변경 상장 직전엔 주가가 오른 사례가 많았지만, 변경 상장 6개월 후엔 288건(70.6%)이 재상장 시점보다 떨어졌다. 개별 종목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이런 경향이 더 분명히 확인된다. 덕양산업은 지난해 7월 11일 주식 액면 분할을 공시한 뒤 그해 10월 23일 변경 상장했는데, 이 기간 시가총액의 흐름을 살펴보면 22일까지 1559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가 변경 상장 이후 다시 807억원까지 줄었다.

◇근본 가치 변화 없어… 단기 매매 전략은 가능

주식 액면 분할이 주가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기업의 근본 가치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 주식 수가 많아져 거래량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주가가 단기간 오를 순 있지만, 실적 개선이나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우 주가 강세가 오래 이어질 수 없다.

특히 시가총액이 클수록 영향이 미미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액면 분할을 진행한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액면 분할 전후 주가 변화를 살펴본 결과, 액면 분할 1개월 후와 3개월 후에 시가총액이 증가한 기업은 각각 전체의 27.5%, 37.5%에 그쳤다.

다만, 단기 매매에서 이익을 볼 여지는 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 분할 공시 후에 매수해 액면 분할 거래 정지 전에 매도하는 단기 매매 전략은 가능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