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피는 펀드는? 글로벌·절세·혼합

예금 금리가 연 1%대로 떨어져도 주식은 위험하다며 외면해오던 투자자들의 엉덩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 글로벌 증시가 승승장구하고 코스피도 연중 최고치를 찍는 등 국내 증시에도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마음에 펀드 가입을 미뤘왔던 투자자들은 어느새 확 올라버린 펀드 수익률에 속이 쓰리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흙 속에서도 진주를 찾아내 두 달 만에 정기예금 금리의 5배가 넘는 수익을 챙겼다. 생계에 바빠 펀드시장에 봄날이 오고 있는지도 몰랐던 투자자들을 위해, 본지 재테크팀이 연초 이후 지금까지의 펀드 투자 성적표를 토대로 'A급 펀드'를 추려봤다.

◇펀드 투자의 대세는 '해외 투자'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풀고 있는 유동성(돈)이 세계 주요국들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돈이 흔해지면서 초저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독일·영국·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나라가 올해 주가 사상최고치를 다시 썼다. 실제로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 3개 펀드는 러시아펀드(15%), 인도펀드(13%), 유럽펀드(12%)로, 해외펀드가 금·은·동을 싹쓸이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4.6%)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적이다. 국내 코스닥 시장에 투자하는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이 같은 기간 8%로 선방했지만, 해외펀드 3인방을 제압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다만 러시아펀드는 국제 유가와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올 수익률이 급격하게 상승해 1위는 차지했지만, 6개월 수익률은 -22%, 1년은 -13%로 장기 성과는 부진한 상태다. 반면 인도와 유럽은 1년 수익률이 각각 55.7%, 14.8%로 질주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저금리는 우리 모두의 미래 설계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글로벌 자산 운용을 통한 수익률 증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의도 금융가도 글로벌 유동성 축제에 몸을 싣고 봄날을 만끽해야 할 때가 왔다고 진단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 들어 본격화되는 글로벌 유동성이 주식형 자산의 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주식시장 큰손들은 이런 조짐을 눈치채고 글로벌 유동성 장세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작년에는 국내 주식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연기금이 올 들어 두 달 동안 1조8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는데, 이는 작년 하반기(1조7000억원) 순매수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펀드 투자금이 몰리는 3대(大) 투자처

선구안이 있는 돈은 지금 글로벌·절세·비빔밥 등 3가지 돈맥으로 향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 펀드는 지난달 224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월간 기준으로 해외펀드에 자금이 들어온 것은 2009년 6월(1513억원) 이후 처음이다. 유럽·일본·북미·인도 등에 집중 유입됐다.

민주영 펀드온라인코리아 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이 귀해지는 시대가 도래했고 국내에 없는 투자 기회를 찾으려면 해외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구조조정과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경제 성장력을 회복하고 있는 인도·유럽·일본 등이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황세영 씨티은행 CPC강남센터장도 "올해 투자 테마는 크게 유동성과 유가하락으로 압축된다"면서 "인도·일본은 유가하락으로 엄청난 비용을 절약해 소비 여력이 커졌고, 유럽은 지역 내 유동성이 풍부해지는 상황이어서 연말에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절세 효과를 노린 펀드도 선전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퇴직연금펀드·소득공제장기펀드·연금저축펀드 등 3개 절세펀드에는 1조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예금 금리가 1%대로 떨어져 고수익은 고사하고 중수익도 얻기 어려워지면서 차라리 절세를 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란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식과 채권을 섞은 비빔밥 펀드는 예금 속에 숨어 있던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풀고 있다. 채권과 주식을 비빔밥처럼 섞어 투자하는 국내 채권혼합형 펀드엔 연초 이후 7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3000억원 넘는 돈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인호 KB자산운용 이사는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움직여 추가 상승 기대감은 높지 않지만 예금 금리에 실망한 자금이 주식과 채권을 섞어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창수 SC은행 투자상품부장은 “시중 은행 예금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채권혼합형 펀드가 알맞고, 연 10% 이상 수익을 기대한다면 선진시장 중심의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부장은 또 “해외펀드는 국내펀드와 달리 수익이 나면 세금(15.4%)을 내야 하지만, 1년에 1800만원까지 납입 가능한 연금저축계좌에서 투자하면 과세가 이연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세금 걱정을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