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모으기만 했던 자료… 이젠 활용에 중점둘 때죠"

"이사 오기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이젠 후련합니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에 번듯한 새 건물이 들어섰다. 국내 최초의 미술자료 전문박물관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새 보금자리다. 9일 기자들과 만난 김달진(60) 관장은 "조금 무리해 건물을 샀다. 그동안 모은 돈에다 은행 융자를 받았고,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셨다. 특히 건축가 김원 광장건축환경연구소장이 낡은 사옥을 재능기부로 리모델링해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그는 4년간 운영해온 한국미술정보센터가 지난해 9월 정부 지원 중단으로 문을 닫으면서 평생 모은 자료 가운데 2만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새 건물은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다. '걸어다니는 미술사전'이라 불리는 김 관장이 고등학교 때부터 45년간 모아온 단행본, 전시 도록, 홍보용 소책자 등이 고스란히 이사를 왔다.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생생하게 품고 있는 자료들이다.

12일 재개관을 기념해 '아카이브 스토리:김달진과 미술자료'전이 열린다. 그동안 축적한 근·현대 미술자료와 아카이브 자료를 총체적으로 선보인다. 1층 전시실에 단행본과 화집, 정기간행물, 팸플릿과 리플릿, 작품 등 주요 소장품 250여점을 전시했다.

근·현대 희귀 도서와 미술잡지 창간호가 먼저 눈길을 끈다. 구한말 조선 아이들의 놀이와 풍속을 다룬 책 '조선아동화담(朝鮮兒童畵談·1891·사진)'에는 당시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묘사한 기산(箕山) 김준근의 컬러 삽화 10점이 수록됐다. 1918년 민족서화가 13명이 결성한 국내 첫 민간 미술단체 '서화협회'에서 1921년 발간한 '서화협회보', 1961년 창설된 앙가쥬망 동인회의 활동을 기록한 '앙가쥬망 활동일지',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이 유준상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에게 1989년에 보낸 연하장 등을 볼 수 있다.

김 관장은 "지금까지 자료를 모으기만 했지만 이젠 활용에 중점을 두고 싶다. 그동안 정리한 작가 270여명의 스크랩 자료들을 디지털화해 널리 공유하고 싶다. 그러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물관 내 한국미술정보센터 자료들도 예약하면 무료 열람이 가능하다. 개관전은 5월 31일까지. (02)730-6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