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株 성적 기대 이하… 子회사보다 더딘 상승

올 들어 가장 눈에 띄게 오를 유망주 중 하나로 꼽혔던 지주사주. 그러나 두 달여간 보여준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 시장에서는 지주사들의 주가가 꾸준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저성장 국면에서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데다, 정부 배당 확대 정책의 혜택도 받아 투자가 몰릴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지주사들의 주가는 당초 예상과 크게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승률이 주력 자회사들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가 하면, 자회사들이 오르는 동안 반대로 주가가 약세를 보인 종목들도 있었다. 최근 경기 회복 기대감이 조금씩 늘면서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진 자회사들에 비해 지주사들의 매력이 떨어진 점이 이유로 꼽힌다.

◇한화·SK·CJ, 주력 자회사에 비해 주가 상승 더뎌

한화그룹의 지주사인 한화는 올 들어 주가가 5.9% 상승했다. 반면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은 같은 기간 주가가 32.6% 뛰었다.

SK그룹 역시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15% 오르는 동안 지주사인 SK는 5.5% 오르는 데 그쳤다. CJ와 대상홀딩스 역시 올 들어 주가가 올랐지만, 상승률은 주력 자회사인 CJ제일제당과 대상에 미치지 못했다. LG그룹의 경우 LG전자는 올 들어 2% 오른 반면 지주사인 LG는 1.6% 하락했다.

중·소형 지주사들 역시 주력 자회사들의 상승률에 미치지 못한 곳이 많았다. 화장품 제조업체인 한국콜마는 중국 시장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올 들어 주가가 27.1% 뛰었지만,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는 8.8% 상승에 머물렀다. DRB동일도 올 들어 주가가 15.4% 오르는 동안 자회사인 동일고무벨트는 두 배에 가까운 28.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 회복 기대 커지자 사업 자회사 매력 커져

지주사들은 지난해 크게 오르거나, 주가가 떨어진 자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곳이 많았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주력 자회사들이 실적 악화에 허덕이는 사이 지주사들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할 수 있어 갈 곳을 못 찾은 투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으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지주사들이 자회사들에 비해 더 큰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며 지주사들의 주가 강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 개선과 유럽과 중국 등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경기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자 자회사들의 주가가 더 크게 오르고 있다. 내수주에 비해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화학과 정유, 수출 주력업종 등에서 지주사와 자회사들의 주가 상승률 차이가 더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지주사들의 경우 지난해 주가가 크게 올라 최근에는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진양홀딩스의 경우 지난해 주가가 전년 대비 114.6% 뛰었고, 대상홀딩스도 101% 상승했다. 일진홀딩스와 DRB동일도 지난해 주가가 각각 83.4%, 63.7% 뛴 종목들이다.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본부장은 "자회사들의 실적 호전으로 저성장 방어주라는 지주사들의 매력이 사라진 데다, 지난해 과도한 상승에 따른 우려도 커지면서 지주사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형 지주사 중심으로 올해 강세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그러나 일부에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다양한 사업을 하는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배당 확대 수혜에 대한 기대감도 큰 지주사들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들의 경우 비상장 기업의 실적 개선이 반영되는 이점도 갖고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그룹 내에서 지주사들의 역할이 부각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수 시장에서 확고한 영업 기반을 갖춘 주력 자회사들을 보유한 CJ와 SK 등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