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모였다, 예순일곱 할배 위해

1970년 스물세 살 한대수는 불붙은 연탄 한 장과 기타를 들고 집을 나왔다. 그때 서울 명륜동 언덕 셋방을 얻어 살며 쓴 노래가 '하루 아침'이다. "배는 조금 고프고/ 눈은 본 것 없어서/ 명동에 들어가/ 아 국수나 한 그릇 마시고/ 바 문 앞에 기대어/ 치마 구경 하다가/ 하품 네 번 하고서/ 집으로 왔다." 뉴욕에서 히피가 되어 돌아왔으나 실종됐던 아버지는 백인 여자와 결혼했고 어머니는 재혼했다. 국수 한 그릇을 남김없이 마시고 바(bar) 들어갈 돈이 없어 여자 구경 하다가 집에 돌아오는 알거지였다. 밥 딜런도 이처럼 절절한 가사를 쓰지 못했다. 이 노래가 그의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에서 화려하게 되살아난다.

이달 말 출시될 앨범 'Reverse/Rebirth'에는 신곡 '나는 졌어'와 '내 사랑' 두 곡과 함께 동료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한 그의 노래 10곡이 실린다. 조영남 전인권 강산에 김목경 김도균 신대철 김영진 이상은 윤도현 이현도 호란 장기하 몽니가 참여했다. 앨범 프로듀서는 손무현이 맡았다. '하루 아침'은 모두 함께 불렀다. 앨범 발매를 기념해 4월 25~26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연다. 신곡 중 '내 사랑'은 한대수가 스무 살 때 쎄시봉 DJ였던 애인을 생각하며 썼던 곡을 47년 만에 발표하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한양여대 스튜디오에 한대수와 참여한 뮤지션들이 모두 모였다. '하루 아침'을 녹음하는 날이다. 조영남과 강산에, 장기하가 차례로 마이크 앞에 앉아 이 노래를 불렀다. 총 8명이 두 소절씩 번갈아 부른 것처럼 편집할 예정이다. "나나 나나나"로 만든 후렴은 모두 합창했다.

"나는 쎄시봉 때부터 한대수를 흉내 내고 싶었어요. 이 친구가 정통이었고 진짜였으니까. 쎄시봉에서 처음 봤을 때 저런 히피가 진짜 있구나 해서 멍하게 봤던 기억이 나요." 조영남은 '바람과 나'를 불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예요. '무명무실/ 무감한 님'이란 가사는, 이런 시는 한국 음악사에 다시 없었어요."

호란은 '그대'를 불렀다. 세월호 참사 때 많은 이를 위로했던 노래다. "제가 공연 때 부르는 노래이기도 해요. 그런데 이번에 한대수 선생님이 먼저 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해서 정말 너무 놀라고 기뻤어요." 그녀는 "음정과 리듬과 감정에 속박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유로운 소리를 내는 것이 한대수 음악의 힘"이라고 했다.

'옥의 슬픔'을 부른 강산에는 "상처와 외로움과 자유에 대한 갈구가 응집된 것이 한대수의 음악"이라며 "그 음악이 나의 20대를 지탱해줬고 내 음악과 라이프스타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대수 공연에 코러스로 참여하기도 했던 이상은은 'One Day'를, 김목경 신대철 김도균 손무현은 한대수의 정통 블루스 곡 'Run Baby Run'을 함께 연주했다. 한대수는 "그렇게 많은 기타의 대가(大家)가 협연하는 것도 처음 봤지만 불을 뿜는 그 연주는 정말 대단했다"고 말했다. 한대수는 앨범 수록곡 중에 이현도가 부른 '물 좀 주소'를 들어보라고 했다. "앨범 제목 'Reverse/Rebirth'는 내 음악을 뒤집어서 재탄생시킨다는 뜻인데 다들 정말 대단한 편곡을 했어요. 특히 이현도 노래를 들으면 깜짝 놀랄 거예요."

한대수 단독공연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그는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첫 로큰롤 공연"이라며 "무대가 워낙 양호해서 책임감이 생긴다"고 했다. 전인권 강산에 김목경 김도균 신대철 손무현 호란 등이 손님으로 무대에 오른다. "예순일곱 살 할배가 음악하는 게 장난이 아니다. 톰 존스,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도 다 맛이 갔다"는 한대수의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다시 보기 어려운, 놓칠 수 없는 무대다. 문의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