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편 아련한 그때 그시절… '위대한' 다큐라마가 온다

우리가 잠시 밀쳐뒀던, 하지만 가슴 밑바닥에 오롯이 살아 있는 이야기가 '다큐라마(다큐+드라마)'로 찾아온다. TV조선과 tvN이 손잡고 만든 광복 7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위대한 이야기(10부작)'가 15일 밤 9시 30분 처음 방송된다. '위대한 이야기'는 식민 통치와 전쟁으로 잿더미나 다름없었던 나라에서 가난을 견디고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 드라마다. 매회 현대사의 실존 인물이나 사건, 또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물까지 다양한 주제를 단막극으로 다루는 옴니버스식 구성을 취했다. 이야기의 전체 흐름을 이끌어가는 내레이터로는 가수이자 배우인 김창완이 나선다. '위대한 이야기'의 관전 포인트.

◇김시스터즈·이주일·김일이 돌아온다

'위대한 이야기'는 '1호 걸그룹' 김시스터즈, 박치기왕 김일, "못생겨서 죄송합니다"고 했던 개그맨 이주일 등 우리의 우상이던 이들의 삶을 극화한 최초의 드라마다. 1회 주인공인 김시스터즈는 1959년 미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원조 한류 스타였다. 드라마는 이들의 데뷔 이전을 다룬다. 멤버 애자·숙자의 어머니이자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가수 이난영(소유진)이 김시스터즈를 가르치고 키워내는 얘기다. 소유진은 노래를 가르칠 땐 엄격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걸 사과하는 아이들에게 "가족끼리 그런게 어디 있어"라고 다독일 줄 아는 따뜻한 엄마이기도 했던 이난영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이난영의 트레이닝을 받고 미8군 무대에 선 김시스터즈가 온갖 의상을 바꿔가며 노래하는 장면이나 클럽에서 이난영이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장면 등 당시 모습을 최대한 살린 공연 장면이 1회의 하이라이트.

프로레슬러 김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편에서는 숙명의 라이벌 안토니오 이노키와 피를 튀기며 싸웠던 레슬링 경기가 그대로 재현된다. 연극판에서 뼈가 굵은 배우 문원주가 김일을 연기한다. 유명인만 조명하는 게 아니다. 2회 '영자의 전성시대'는 1970년대 시골에서 상경해 버스 안내양으로 일하는 영자(임수향)가 주인공이다. 쪽방촌에 살면서도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영자를 통해 가난했던 시절을 이겨낸 보통 사람들의 삶을 담담히 보여준다. 이외에도 홍경인, 전미선 등 배우들이 서울 제1호 전통시장인 광장시장 상인, 수험 전쟁에 휘말린 학부모 등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의 가슴 저린 이야기를 복원한다.

◇다큐멘터리+드라마, 충실한 고증

"김일의 이마에 흐르던 피를 결코 잊지 못합니다."

'위대한 이야기'의 '박치기왕 김일'편은 안토니오 이노키의 도움이 컸다. 극 중간에 그의 인터뷰 영상도 삽입됐다. 김시스터즈 편에서도 실제 김시스터즈의 멤버 김숙자의 인터뷰는 물론, 그가 가지고 있던 당시 사진과 의상 등이 극 중간중간 소개된다. 단순한 재연 드라마와 달리 '위대한 이야기'는 실제 인물을 다룰 때 본인이나 주변 인물을 최대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사실에 충실한 드라마를 만드는 동시에 추억 속 인물들의 실제 발언을 통해 그 시절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제작 방식과 방영도 우리 방송문화에선 파격이다. 기획 단계부터 TV조선과 tvN이 함께했고, 드라마 본편은 두 채널에서 같은 시간에 동시 방영된다. 송창의 TV조선 제작본부장은 "'다큐라마'를 표방하는 만큼 드라마 내용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실들을 극 중간에 넣으면 드라마가 다루는 실제 인물이나 사건이 좀 더 시청자에게 와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며 "감동을 미리 강요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래서 위대한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