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할 줄 알았는데… 너무 오래했네요"

"안녕하세요, 배철수입니다."

익숙한 목소리로 건네는 익숙한 인사말이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 울려 퍼졌다. '골든마우스'는 MBC가 20년간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 DJ에게 주는 상이다. 배철수(62)는 거기에 5년을 보탰다. 19일로 방송 25주년을 맞는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한 DJ가 교체 없이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으론 국내 최장수이다.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장에 청바지와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나타난 배철수는 "솔직히 너무 오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시작할 땐 밴드를 하고 있던 때라서 '잠깐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하다 보니 제가 음악을 하는 것보다 음악을 소개하는 게 더 잘 맞는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감히 음악을 접고 방송을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습니다(웃음)."

배철수는 한때 밴드 송골매의 리더로 활약한 청춘스타였지만 이제는 "내 정체성은 DJ"라고 말한다. 매일 오후 6시면 어김없이 "배철수의 음악캠프 출발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2시간 동안 음악과 청취자 사연을 소개한다. 그는 "'음악캠프'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음악캠프'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과 연예인들 잡담에 점령당한 라디오에서 초심 그대로 동 시대 팝 음악을 소개하고 있는 드문 프로그램이다.

"주로 팝 음악을 소개하다 보니 '미 제국주의의 앞잡이'라는 비난도 들었어요. 그런 말에 전 항상 '팝 음악은 단순히 영미(英美) 음악이 아니라 동 시대의 가장 중요한 대중문화 중 하나'라고 대답합니다. 국내 팝 시장이 무너져가고 있지만, 다른 세계 사람들이 많이 듣는 노랠 알리는 게 DJ로서 맞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선곡 원칙은 단순하다. "내가 들어서 좋은 음악을 소개합니다. 듣지도 않고 노래를 틀진 않아요." 그래도 아쉬움은 있다. "25년 전엔 2시간 동안 20곡 정도 틀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많아야 15곡입니다. 그만큼 제가 말이 많아졌단 거겠죠."

스스로는 "까칠한 DJ"라고 평한다. 청취자 사연에 오자가 있으면 꼭 지적하고, 가끔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DJ로서 그래도 장점이 있다면, 저와 잘 어울리진 않지만 의외로 성실하다는 점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