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16 10:00

설 명절 연휴, 명절 보내느라 고단하다며 따듯하게 집에서 푹 쉬고 싶기도 하련만 오늘은 강화 나들길 석모도로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딸이 “엄마 용인에서 강화터미널까지 대중교통으로 3시간 정도 걸리는데요.” 집에서 쉬란 뜻이다.

"제가 강화터미널까지 모셔다드릴까요?"

"괜찮아. 집 나서는 순간부터 내겐 여행이 시작되는걸."

이렇게 어둠이 아직 걷히지 않은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강화터미널에 도착,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석모도가는 배에 올랐다. 비바람이 차가운데 배에 오르니 실내가 따듯해서 좋다. 날씨는 완연한 봄이다. 바다에서 이 정도 바람이 불면 춥다고 느낄 텐데 코끝에 느껴지는 바람이 상쾌하다. 봄비가 부슬부슬 소리 없이 종일 내린다. 끝이 안 보이는 강화의 넓은 바다는 뿌연 잿빛을 띠고 내리는 봄비 속에 촉촉이 젖어있다. 비속에 젖은 겨울 바다와 섬은 몽환적이다.

[시니어 에세이] 강화 석모도를 다녀오다

석모도를 한 바퀴 도는 강화 나들길 11코스는 16Km. 갈매기들이 함께하는 짧은 뱃길, 잔잔한 바다와 아름다운 갯벌, 그리고 천년고찰 보문사. 강화도 남단 갯벌은 세계자연기금과 아시아 습지 보호협약이 인정한 우리나라 갯벌 전체의 20%를 해당하는 중요한 부분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는 갯벌이다. 갯벌에 나 있는 바닷길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갈라진 모습이 태고의 자연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신비롭다.

바람은 불지만, 파도는 잔잔하고 잿빛의 바다이지만 봄이 느껴진다. 비 내리는 섬을 우린 말없이 또는 옆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다. 구멍이 숭숭 나 있는 아름다운 갯벌에 취해 비를 맞으면서도 지나치기에는 아쉬워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른다. 집에 가서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 기대 이상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찍혔을 것이다.

[시니어 에세이] 강화 석모도를 다녀오다

바람이 내 몸을 가만 안 놔둔다. 순간 생각한다. 이 바람이 회오리를 일으키면 난 어디에 떨어질까? 바닷물에 떨어지는게 나을까? 펄에 곤두박이는게 나을까? 걸으면서 내 생각은 자유로이 공간을 넘나든다. 두 팔을 벌리고 바람을 가슴 속 깊이 마셔본다. 그리고 이내 감사한 마음에 가슴이 벅차다.

내가 믿는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어느덧 내 자신이 힐링 됨을 느낀다. 명절을 보내면서 가족들과의 불편했던 마음들도 돌아본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 해도 나와 다름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음을 새삼 깨닫는다. 도보여행은 내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가져다주는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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