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실제 혜택 줄어들어… 이달 내 가입을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조정하고 새 상품을 출시하는 등 보험 체계가 대폭 바뀌는 4월을 앞두고 최적의 보험 가입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전년도 통계를 반영해 통상적으로 매년 4월 보험료를 조정하는데, 올해는 여기에 3년 만의 경험생명표(보험개발원이 보험 가입자 자료를 기초로 만드는 사망·질병 통계) 개정과 2년 만의 예정이율 인하라는 변수 2개가 더해져 '셈법'이 훨씬 복잡해졌다. 어떤 보험을, 어느 시점에 가입해야 실속을 챙길 수 있을까.

◇실손보험 새로 들려면 "3월 중 가입이 유리한 편"

4월 예정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실손보험 중 '자기부담금 10%' 상품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자기부담금이란 보험금을 탈 때 가입자가 내야 하는 돈을 뜻한다. 예를 들어 자기부담금이 10%인 실손보험에 가입한 상태에서 100만원짜리 치료를 받았다면 100만원의 10%인 10만원은 가입자가 내고, 나머지 90%인 90만원을 보험금으로 받는다. 현재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 10%짜리와 이보다 보험료가 조금 싼 20% 상품 중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4월부터는 보험사가 자기부담금 20% 상품만 팔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뀐다. 실손보험 손해율(거둔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너무 높아져 보험사가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금융 당국이 판단한 결과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0년 115%에서 2013년 123%로 높아졌다.

보험 업계 관계자들은 실손보험에 가입할 계획이 있다면 자기부담금 10% 상품이 판매되는 3월 말까지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기부담금 20%짜리 상품의 보험료가 약간 싸긴 하지만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싼 편이라서 보험료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자기부담금 20%짜리 실손보험은 10%짜리에 비해 보험료가 월 1000~1500원 싼 정도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다는 것은 소비자에겐 유리한 상품이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이왕 가입할 생각이라면 3월 중에 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4월부터 실손보험 자기부담금 20%' 규정은 새로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그렇다면 이미 실손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지금의 조건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답은 '적어도 가입 후 15년 동안은 그렇다'이다. 실손보험의 가입 조건 중엔 '가입 후 15년 재가입'이란 규정이 있는데, 이는 가입 후 15년이 될 때까지는 가입 당시의 조건(매년 갱신되는 보험료는 제외)을 적용받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2013년 이전에 나온 일부 실손보험의 경우 자기부담금이 아예 없으면서 이 조건이 만기시까지 유지되는 상품도 있다. 이런 상품은 해약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암 보험료 올라가고 연금 보험은 수령액 줄어

경험생명표 개정과 예정이율 인하라는 두 변수도 대부분 4월부터 보험료에 적용된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사들의 통계를 종합해 3년마다 경험생명표를 개정하며 보험사는 이를 참조해 보험료를 산정한다. 경험생명표는 수명은 늘어나고 암 발생률은 높아지는 방향으로 수치가 개정되는 추세다. 올해 4월 적용될 8차 경험생명표에선 3년 전보다 암 발생률이 남녀 각각 11·22% 높아졌고, 평균수명은 1.4·0.8세씩 길어졌다. 암에 걸리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에 암 보험료는 인상되고, 평균수명이 늘어나 같은 돈을 냈을 때 받을 수 있는 연금 수령액은 줄어들게 된다. 회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암·연금보험 모두 보험료 개정 전인 3월 중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뜻이다. 아울러 보험금 지급을 위해 적립한 돈에 적용되는 이율인 예정이율이 지난해 3.5%에서 올해 3.25%로, 0.25%포인트 인하된 것도 보험료 인상 요인이다. 적립금에 적용하는 이율이 낮아지면 같은 돈을 준비하기 위해 더 많은 '원금'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더 거둘 수밖에 없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예정이율 0.25%포인트 인하는 암·생명보험 등 장기보험료가 6~7% 정도 오르는 효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4월에 사망보험금을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새로운 보험이 출시된다. 지금도 사망보험을 해약하는 형식으로 연금 전환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사망보험금의 80% 정도인 해약환급금을 기준으로 해서 가입자가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새로 출시될 보험은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연금을 주고, 혹시라도 가입자가 사망보험금보다 적은 금액의 연금을 받은 상태에서 사망할 경우 남은 금액을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한다. 신한·교보·한화생명 등이 준비 중이며 신한생명이 4월 1일 첫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