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2.9% 정기예금? 지방 저축은행 원정까지

서울 강북에 거주하는 김모(60)씨는 지난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을 듣고 3시간 30분을 운전해 대구의 A저축은행을 찾았다. 정기예금 1년 금리가 연 2.9%로 전국 최고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만기가 돌아온 시중은행 예금1억9200만원을 4인 가족 명의로 각각4800만원씩 분산 예치했다. 김씨는 "이 돈을 그냥 은행에다 예금하면 세후 이자가 1년에 311만원뿐인데, 대구에서 예금하면 이자가 477만원이나 되기 때문에 기름값·식비(15만원)를 빼도 150만원을 번다"고 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플러스알파 수익을 찾으려는 자금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리 인하분이 반영되기 전에 고금리 예금에 들겠다며 지방까지 원정을 떠나는가 하면, 고수익이 기대되는 월세 부동산과 해외시장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지방 원정 떠나는 부자들

서울·수도권의 예금자들이 금리가 높은 지방 저축은행으로 몰려가고 있다. 1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예금 금리를 많이 주는 저축은행 상위 15곳이 모두 충청·대구·경북·호남 등 지방에 분포돼 있다. 통영의 조흥저축은행(1년 예금 금리 2.91%), 대구 유니온저축은행(2.8%), 충청도의 대명저축은행(2.8%) 순이다. 1년 정기예금 금리가 1.8~1.9%대로 떨어진 시중은행보다 최대 1%포인트 차이 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 저축은행의 고객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대구 A 저축은행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대구와 주변 지역 고객이 80%이고, 나머지가 서울·부산 등 타 지역 고객이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최근까지 200억원 정도의 예금을 서울 등 고객으로부터 유치하면서, 타 지역 고객 비중이 20%에서 25%로 올랐다. 경남 통영의 조흥저축은행도 올 초부터 타 지역 예금 수신이 50억원 늘었다.

지방 저축은행을 찾는 사람 중에는 거액 자산가도 많이 있지만, 주로 자산 5억~10억원 정도의 은퇴한 50~60대들이 대부분이다. 여유 시간이 넉넉한 이들은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재테크까지 겸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방 저축은행들은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고객 유치 차원에서 금리를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난주 한은 금리 인하가 있었지만 다른 제2금융권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눈치를 보면서 금리 조정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고금리 선점 경쟁

16일 오전 KDB대우증권이 매주 신규 고객에 한해 판매하는 연 3%짜리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은 판매 물량 100억원이 5초 만에 완판됐다. 이달 초만 해도 주 후반까지는 늘 물량이 남아 있었는데, 지난 12일 기준금리 인하로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 예금 금리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는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동부증권 등도 신규 고객에 한해 일정 조건을 갖추면 연 3~4%대 고금리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기준금리 인하로 예상보다 빨리 물량이 소진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과감히 해외 시장 베팅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12일,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21억원이 빠져나갔지만 해외 주식형 펀드에는 116억원이 들어왔다. 이기상 미래에셋증권 여의도지점 부장은 "최근 거액 자산가들은 국내시장과 해외시장 비중을 4대6으로 조정하고 있다"면서 "금리 인하는 결국 국내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유럽 등 경기 부양으로 유동성 장세가 예상되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고정수입을 올리기 위해 주택 임대사업을 하겠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장인석 착한부동산투자연구소 대표는 "최근 거래가 늘면서 인기 지역은 아파트값이 눈에 띄게 상승했고, 오피스텔·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가격도 오를 만큼 올라 신중히 골라야 한다"면서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서 5∼10가구씩 임대를 놓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연 4∼6%의 수익은 올릴 수 있어 은행 이자보다는 이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