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4명 찜한 이 영화… 흥행 조짐 '스멀스멀'

이 영화, 조짐이 수상하다. '스물'(감독 이병헌)이 개봉을 아흐레 앞둔 17일 오전 예매 점유율 34%(2만5000명)를 찍었다. 관객 10명 중 3~4명이 이 영화를 찜한 것이다. '위플래쉬'(14%)와 '킹스맨'(11%)을 따돌리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청춘 스타 덕을 보기는 했다. '스물'은 배우 김우빈·이준호·강하늘을 투입해 동갑내기 세 친구가 스무 살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과속 스캔들' '써니' 각색자이며 상업영화를 처음 연출한 이병헌 감독은 1분이 멀다고 웃음 폭탄을 터뜨린다.

하지만 흔한 청춘 영화와는 다른 지점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이제 스물은 심리적으로 10년 전, 20년 전의 그 나이가 아니다. 꿈은 더 막막해졌고 알바를 뛰면서 사랑까지 챙겨야 한다.

◇'스물'은 어떤 영화

치호(김우빈)는 인기만 많고 동우(이준호)는 생활력만 강하고 경재(강하늘)는 공부만 잘하는 놈이다. 대학 진학이라는 절대 명령 아래서 앞 놈 등짝만 보고 행군하다 졸업했지만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치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잉여의 삶을 지향하고, 동우는 가난 때문에 만화가라는 꿈이 흔들리며, 경재는 대기업 입사가 목표지만 술 마시면 괴물이 된다. 영화는 이상과 현실 사이 우습고도 슬픈 틈새를 보여준다. 그 앵글은 대부분 경쾌하나 가끔 진지하다.

"(꿈을) 한 번 놓치면 다시 여기로 못 올 거 같은, 그런 거 있잖냐."(동우)

'스물' 속 대사들을 잘게 썰어보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영화에는 '여자'라는 단어가 33회, '돈'이 31회, '술'이 28회, '사랑'과 '섹스'가 각각 23회, '투자'가 13회 등장한다. '꿈' '낭만' 등은 10회를 밑돈다. 스무 살을 사로잡고 있는 욕망이 무엇인지, 영화는 어디로 흘러가며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인기 비결은 팬덤과 타이밍

영화 마케팅에서 핵심 과녁은 20대다. 상업영화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올 들어 영화 시장에는 20대 관객이 호응할 만한 영화가 부족했다. 당분간 경쟁작으로 볼 만한 작품이 딱히 없다는 점, 시사회 반응이 좋아 소문을 타고 있다는 점, 스타 배우들의 흐트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흥행을 기대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예스24가 예매자를 분석한 결과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이 '스물'을 집중 구매하고 있다. 여성 비중이 81%로 '인간중독'(68%) '늑대소년'(65%) '비긴 어게인'(60%) '기술자들'(61%)에 비해 훨씬 높다. 이희승 예스24 영화사업팀장은 "김우빈·강하늘 효과에다 아이돌그룹 출신 이준호라는 라인업이 여성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며 "'스물'은 그들이 역대 출연한 영화 중 여성 관객 예매 점유율이 80%를 넘긴 첫 작품"이라고 했다.

'과속 스캔들'이 매우 압축적인 3대(代)를 담았다면 '스물'은 심리적으로 더 끈적끈적하다. 청춘은 힘센 자석이다. '첫사랑' 'MT' '춘천' 같은 낱말들이 아득히 잠든 추억을 깨우듯이, 이 영화를 보면 스무 살이 지닌 힘에 사로잡히게 된다. 덤으로 실린 웹툰 '꼬추 행성의 침공'이나 국회의원·학교교육·재벌에 대한 풍자도 재미있다.

'스물'은 가벼운 터치의 코미디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볼 영화가 없어 서성이던 젊은 관객이 뜨겁게 호응할 것 같다. "나 지금 물올랐어. 완전 탱탱해"라고 이 영화는 손짓한다. 2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