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봄소식에도… 절반은 1순위 미달

주택 경기(景氣)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새로 분양에 나선 아파트 모델하우스마다 많은 인파가 북적이고 있다. 이달 20일 경기도 용인에 문을 연 'e편한세상 수지' 모델하우스엔 22일까지 사흘 동안 4만명이 다녀갔다. 서울 왕십리 뉴타운의 '센트라스' 모델하우스에도 같은 기간 3만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하지만 모델하우스의 열기(熱氣)와 달리 분양 시장의 청약경쟁률은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입지 조건이 좋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단지엔 청약자가 몰려 실경쟁률이 수백대 1까지 치솟지만, 수요자의 외면으로 미달하는 단지도 속출하는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모습이 굳어지고 있다.

◇올해 분양 단지 46% 1순위 미달

본지가 올해 초부터 3월 셋째 주까지 전국에서 분양한 61개 아파트 단지의 청약경쟁률을 22일 분석한 결과, 1순위 청약에서 미달된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28개 단지로 46%에 달했다.

1순위 청약 미달은 수도권에서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 올해 들어 수도권에 분양한 20개 단지 중 65%인 13곳이 1순위 청약을 미달로 마감했다. '수원호매실 호반베르디움 2차' '김포 한강센트럴자이 2차' '영통로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등은 모델하우스가 방문객으로 북적이며 청약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2~3순위 청약 접수까지 진행한 끝에 겨우 미달을 면했다.

◇경쟁률 상위 10곳 중 8곳이 지방

청약경쟁률은 수도권보다 부산·대구 등 영남권을 중심으로 지방이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 1순위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상위 10개 단지 중 수도권 단지는 2곳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지방이었다. 1월 경남 창원에서 분양한 '창원가음 꿈에그린'은 일반 공급 117가구 모집에 평균 185대1의 올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구에서는 '만촌역 태왕아너스'(155대1), '교대역 동서프라임36.5'(121대1) 등 3개 단지가 1순위 경쟁률 톱10에 들었다. 대구 지역에서 올해 분양한 5개 아파트 단지가 모두 1순위에서 마감됐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구는 혁신도시 입주로 실수요자들이 신규 분양에 적극적이고, 올해 공급 물량도 많지 않아 당분간 인기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위기 휩쓸려 청약하면 안 돼"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분양 시장의 양극화 현상에 대해 "주택 경기가 살아난 것은 분명하지만,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분양 시장을 주도하는 데다 앞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경기도 화성의 동탄2신도시에서 만난 30대 주부는 "전세금이 너무 올라 내 집을 사야겠다고 결심을 굳혔지만, 솔직히 나중에 집값이 오를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분양대행사 '더감'의 이기성 대표는 "봄나들이 삼아 집 구경을 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모델하우스 방문객 수는 허수(虛數)가 많다"며 "모델하우스 인파에 현혹돼 '묻지마 청약'을 해서는 안 되고, 입지 조건이나 분양가, 주변 시세 등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일부 단지 실적으로 '지방 호조, 수도권 침체'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동탄2신도시와 광교 등 수도권 택지 지구에 상품성 높은 아파트들도 많이 공급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