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는 140여개의 크고 작은 공연관이 있다. 날마다 공연은 계속되고 있지만 자신이 쓴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것을 꿈 꾸는 희곡작가 지망생들은 매일 꿈에 도전하지만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예비 작가들에게 기회의 장이 펼쳐졌다. '10분 희곡 릴레이'가 바로 그것이다.
서울 연극센터 웹진 '연극in'에 참여한 18편의 작가 지망생 희곡작품이 매주 한 편씩 10분의 낭독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선 보이고 있다. 공연에서 소개되는 희곡작품들은 희곡전문 출판사를 통해 '수요일엔 빠알간 희곡을'이라는 책으로도 발간 됐다. 온라인의 원고가 오프라인의 공연과 희곡집으로 되살아 난 것이다.
대학로 연극센터 1층은 연극을 찾는 시민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공연과 문화행사를 소개 하는 곳이다. 수많은 연극 서적들과 공연을 안내하는 책자들이 진열되어 있어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휴게실 역할을 하는 곳이다. 저녁 7시가 되자 아무런 무대장치도 없는 벽 쪽의 자그마한 탁자 위에 빨간 장미 한 송이가 놓여진다. 그리고 다섯손가락이 부른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라는 노랫소리가 조용하게 흘러나온다. 말은 하지 않아도 분위기가 공연 시작인 것 같아 여태껏 책을 보거나 잡담을 하던 사람들이 자리를 고쳐 앉고 벽쪽을 바라본다.
까만 썬그라스를 쓴 여자가 걸어 나오더니 허공에 대고 뭔가를 꾹꾹 누르고 다시 누른다. 그때마다 전자음 소리가 난다. 한참을 눌러대더니 드디어 덜컹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장미가 놓여있는 탁자에 다리를 꼬고 오만 하게 앉으며 책을 집어든다. 객석에서 또 한 사람의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 와서 무언가 누르는 시늉을 한다. 전자음 소리가 나고 역시 고개를 저으며 계속 누른다가 책을 보며 “계세요?” 하며 낭독을 시작한다.
무대와 객석 사이라는 것이 아예 존재 하지도 않고 분장은 물론 무대 장치도 전혀 없는 공연인데도 관객들은 몰입한다.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탄성을 지르기도 하면서 10분의 공연이 끝났다. 재기 발랄한 작가 지망생의 희곡작품에 모두들 빠졌다가 나온 것이다. 단 10분 만에 관객을 매료시킨다는 것이 작가에겐 큰 과제이긴 하겠지만 관객에겐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 된다.
낭독공연이 끝나자 작가가 나와서 예비 작가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하나하나 답해주고 있는 장면이 정겨웠다. 신춘문예를 제외하면 등단의 문이 좁은 예비 작가를 위한 지원의 장이기도 한 '10분 희곡낭독 릴레이'는 대학로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