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24 09:52

[시니어 에세이] 종교와 함께 하는 삶

일상의 생활에서 언론 매체를 통해 굵직 굶직한 사건,사고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얼마 전 바다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세월호 사건, 말레이지아 항공사 소속 항공기 실종사건, 일본에서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 등 이런 일련의 사고들을 보면서 왜 이런 사고들을 사전에 감지하고 해결을 하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그러나 내가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때 나는 저 위기를 무사히 벗어날수 있었을까? 스스로에게 반문을 했을때 결론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능력으로 미래를 예측해서 사전에 사고를 막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리라 본다. 물론 어떠한 위험한 상황에서도 기적처럼 살아남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엔 그 상황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왜 누구는 그러한 절박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누구는 그 위험상황에서 벗어날수 있었느냐 라는 질문에 어느 누구도 답변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운이 좋았다 라는 말외엔 그 무엇으로도 답을 할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보고서 종교란 것이 탄생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수 백년 아니 수 천년 전에도 이러한 사고·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 인간의 나약함과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 무엇인가에 기대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이 종교라는 것을 탄생시킨 동기로 본다.


종교 체험

재작년 9월 가까운 지인이 큰병으로 죽음의 사선을 넘나드는 경험을 하고나서 사람의 힘으로 어쩔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종교를 가지면 어떻게 이런 상황을 극복했을까? 작년 9월 지인의 소개로 집 근처 교회에 입문을 하게 되었다. 반 백년을 살아오면서 종교란 심적으로 나약한 사람들이 본인의 의지보다 영적인 존재에 기대면서 본인의 노력없이 세상을 쉽게 살아갈려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왜 수백년 아니 수천년의 세월을 겪어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종교란는 것에 의지하면서 살아왔는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매주 6개월정도 나가면서 나 자신도 모르는 이상한 현상을 경험했다. 교회에서 다같이 함께 부르는 어떤 찬송가 중에서 어떤 소절을 부르기만 하면 가슴 한곳에서 뭉클함을 느꼈다. 그러면서 눈가가 촉촉히 젖어옴을 느끼곤 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걸까? 많은 찬송가가 있지만 유독 이 찬송가만 부를때 이렇게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꿈틀거림을 느꼈다. 아직도 내가 스스로 택한 종교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목사님의 설교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을 가끔 발견하곤 했다. 예를 들면 오직 하나님만을 섬겨야 하고 다른 신을 숭배하는 제사도 안된다 등 이러한 부분은 상식적인 생각으로 풀어봤을 때도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왜 수 백년, 수 천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이 종교에 대해 이렇게 심취하고 열정적으로 믿음을 갖고 행동하는 것을 보고 그 무엇인가가 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기에 이렇게 오랜기간 유지되어 왔으리라 본다. 아직 입문 단계에서 어떤 종교를 논하기엔 나의 역량이 너무나 부족하다. 다만 현 시점에서 한가지 분명히 느낀 사실은 이러한 종교가 세상을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살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훌륭한 지침서가 될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게 다가온 변화

종교를 가지기 전과 후의 생활의 변화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 종교를 가지기 전에는 아침에 등교하는 애들과 직장에 나가는 아내가 저녁에 다시 집에 왔을때 아침에 헤어지고 저녁에 다시 보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종교의 가르침에 따라 조그마만 일에도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되면서 아침에 헤어진 가족과 저녁에 다시 만나는 것이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치 앞을 알수 없는 세상에서 나의 가족의 안전을 위해 하루종일 돌볼수도 없거니와 그렇게 돌본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막을수 있을까? 그 무엇인가가 하루종일 나의 가족을 돌봐주면서 무사히 저녁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었다고 생각을 한다. 혹자는 그건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운이란 것도 그 무엇인가가 만들어 준 것이라 생각한다.

조그마한 것에서도 감사의 마음을 가질수 있고 믿음과 함께 그 감사의 마음을 조금씩 확대해 나가고 이웃과도 그런 감사의 마음을 공유해 나갈때 더불어 같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본다. 교회를 다니라는 말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가 원하는 종교나 믿음이 생긴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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