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국민연금, 기계·화학株 늘리고 건설·항공株 줄였다

지난해부터 미국의 경기 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되기 시작하고, 유럽 등 여러 나라가 잇따라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면서 경기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종목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또 대형주에 비해 중·소형주의 주가가 더 큰 폭으로 뛰면서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코스닥시장이 더욱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국내 증시의 '큰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의 선택도 최근의 주식시장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 들어 국민연금이 경기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기계와 반도체 장비, 화학 등의 업종에 속한 종목과 중·소형주들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시장 부양책 발표 이후 크게 오른 건설주와 유가 하락으로 상승세를 탔던 항공주 등은 비중을 줄이고 있다.

◇반도체 장비·시멘트업종, 코스닥시장 상장株 비중 늘려

23일 증권 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의 5% 이상 지분 보유 종목 가운데 올 들어 지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한 종목은 나스미디어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나스미디어 지분 6%를 가지고 있었는데, 올 들어는 이 지분율을 10.2%로 늘렸다. 나스미디어는 코스닥시장에 속한 온라인 광고 대행사다. 최근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광고 시장이 빠르게 성장,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올 들어 주가가 20% 넘게 올랐다.

국민연금 지분율이 7.5%에서 10.1%로 증가한 테스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주고객사인 삼성전자가 '3D 낸드' 등 테스의 주력 품목이 들어가는 제품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전망돼 실적이 호전될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이 보유 비중을 늘린 솔브레인도 반도체업종에 속한 코스닥시장 상장사다.

국민연금은 경기 민감 업종인 시멘트업종의 아세아시멘트와 화학업종의 휴켐스 등의 지분율도 늘렸다. 국민연금이 올 들어 새로 매입한 디와이파워의 경우 기계 장비 제조사로 최근 중국의 교통, 인프라 투자 증가로 굴착기 시장 개선에 따른 실적 호전이 예상되고 있다.

◇지주사 한진칼·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율 늘어

국민연금이 지분율을 늘린 종목 가운데 지주회사들이 포함된 점도 눈에 띈다. 국민연금은 올 들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율을 8.8%에서 10.4%로 늘렸다. 동아제약의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국민연금 지분율도 지난해 말 8.8%에서 올해 10%로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또 화장품업종의 한국콜마의 비중은 줄였지만,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의 비중을 늘리기도 했다.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본부장은 "한진칼이나 동아쏘시오홀딩스 등은 자회사들의 수익 증가 효과로 올해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분율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니퀘스트 지분은 30% 이상 줄어…車 부품·건설株도 축소

반면 국민연금은 전방산업의 침체 등으로 인해 올해 실적 개선 가능성이 적은 종목들은 보유 지분 비중을 줄였다.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율을 지난해 말 11.9%에서 올 들어 7.3%로 줄인 유니퀘스트의 경우 자회사로 둔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 드림텍의 가치가 높아 올 초까지 주가가 강세를 보였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로 올해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최근 하락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주와 건설, 항공업종에 속한 주요 종목의 보유 비중도 줄였다.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율을 12.3%에서 9.9%로 줄인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는 현대자동차 등 주요 납품 대상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