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어쩌면 직장 생활보다 더 길 수 있는 은퇴 이후의 삶을 더욱 풍성하고 보람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더 꼼꼼하고 과학적인 노후 설계가 필요하다.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가까워오는 지금, 신유망직종인 노년플래너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주)시니어파트너즈에서 가장 먼저 시작해 성공리에 운영 중인 ‘제1기 라이프모델링 기반 노년플래너 양성 아카데미’를 찾아가 그 전망과 포부를 들어봤다.
최근 청년뿐 아니라 장년층의 실업 문제까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시니어의 특성을 살린 새로운 직업에 대한 아카데미가 개설돼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청년 실업률은 11.1%로 1999년 이후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비단 청년 실업뿐 아니라 50대 이상의 장년 실업 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태. 지난해 6월 기준 장년 고용률은 69.9%로 전체 고용률 65.0%보다 높지만 실질 임금 상승률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장년층의 경우 준비 없이 퇴직하는 사람이 많아 재취업 시 임시·일용직(45.6%)이나 생계형 자영업(26.7%)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정부는 외국의 사례를 토대로 문화여가사, 빅 데이터 전문가, 노년플래너 등 신(新)직업 40여 개를 선정해 육성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이혼상담사, 노년플래너, 매매주택연출가, 기업프로파일러 등 15개 직업은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수요를 창출하도록 유도하여 지원하기로 했으며, 신직업 훈련비 및 장려금도 지원한다.
고령화 시대 新유망직종, 노년플래너
노년플래너란 고객의 노후와 관련된 제반 사항을 상담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를 뜻하는 말이다. 노후를 위한 재무, 여가관리, 노년심리상담, 건강관리법, 자손과의 인간관계 등 은퇴 이후 겪게 되는 대부분의 사항에 대해 조언하고 플래닝함으로써, 고객이 여생을 더욱 보람 있고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해외에서는 자산, 건강, 가족관계뿐 아니라 법적인 부분까지 세분화하여 조언을 해주는 전문가들이 책을 내거나 칼럼을 쓰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노년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노년플래너는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요즘 시대에 가장 유망한 직종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00년에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서면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2017년이면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2026년에는 노인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실버산업이 유망 업종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현대경제연구원은 2010년 22조원 규모였던 국내 실버산업이 2018년 84조원 규모로 팽창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기존 세대에 비해 경제력을 갖춘 노인들이 대거 등장하며 고령층이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1970년대부터 고령사회로 접어든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실버산업이 중요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각광받는 한편, 고령층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소비계층으로 주목받고 있다.
라이프모델링 기반 노년플래너 양성 아카데미
중·장년 전문 교육 전문 기업 (주)시니어파트너즈에서는 지난 1월부터 ‘라이프모델링(Life-Modeling) 기반 노년플래너 양성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교육을 시작했다. 노년플래너 과정은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로부터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 신직업특화훈련의 시범사업으로 선정되었고, (주)시니어파트너즈와 강남대학교가 동시에 과정수행 승인을 받았다. 이에 (주)시니어파트너즈는 라이프모델링 과정을 토대로 프로그램을 구성 및 개발하여 발빠른 준비 과정을 거쳐 수강생을 모집, 총 35명의 수강생을 선발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수강생들은 총 64일간 492시간의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시간이 긴 만큼 그 과정 또한 상당히 전문적이다. 전체 커리큘럼은 ① 노인과 고령화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다지는 공통교과, ② 건강관리와 사회서비스 이용을 다루는 라이프 분야, ③ 직업과 재테크 등을 다루는 재무 분야, ④ 라이프모델링을 기반으로 노년 플래닝의 8가지 영역을 진단하고 계획하는 본격적인 노년플래닝 등 크게 4분야로 나뉜다.
수강생들은 평균연령 59.9세로, 대학교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베이비붐 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남성이 80%다. 다양한 분야의 강사들이 매일 다른 커리큘럼으로 강의를 하는데, 강의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열정적이다. 강의 방식도 강사가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형식이 아니라 수강생들과 상호 교류를 하며 참여를 유도하고, 토론 수업이나 발표 수업 등 능동적인 프로그램이 많다. 수강생들 역시 강의 초기부터 유어스테이지에 커뮤니티를 만들어 강의 자료와 정보를 공유하는가 하면, 스터디 그룹을 조직해 심층 연구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최연소 수강생이자 커뮤니티의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경혁씨는 “처음에는 막연히 ‘40대인 내가 노년플래너 교육에 참여해도 되는 걸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지원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강이나 노후 설계와 관련해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정보를 배우면서 보람도 느끼고, 함께 공부하는 인생 선배님들을 통해 알게 되는 정보도 교육 프로그램 못지않게 도움 되는 것이 많습니다. 아직은 시범사업 단계지만, 1기 수강생인 저희들이 좋은 본보기가 되어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앞으로 더 많은 분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구직자들에게는 일자리를, 장년들에게는 짜임새 있는 은퇴설계를 제공하게 될 유망 신직업 노년플래너. 앞으로 시니어 산업이 더욱 승승장구해 보다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시니어들의 삶 또한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원해본다.
Interview
수강생 커뮤니티 대표 김태형
“아직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제가 필요한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 기쁩니다.”
노년플래너 양성 아카데미 도전 과정
국방부와 그 예하부대에서 30여 년의 군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일거리를 찾다가 노년플래너 교육과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군생활을 하면서 부하들 상담을 해본 경험이 있고 그들을 관리해왔기에 그러한 노하우를 노년플래너라는 직업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카데미에 지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수강생을 뽑는 면접 과정에서도 면접관들이 제게 유독 많은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강생들의 면학 분위기
수강생들은 100세 장수 시대에 걸맞게 40대 중반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두 적극적이고 학구적인 분들로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입니다. 하루에 8시간씩 진행되는 정규수업만으로도 힘드실 법한데, 부족한 공부를 더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수요일마다 스터디그룹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약 16명의 수강생이 가입하여 각자 해당 분야에 대해 연구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하고 토의하는 순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
강사님들 역시 열띤 강의를 해주시는데, 자기주도적 학습을 이끌어주신 배선아 강사님의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조별 토론을 거쳐 각 조의 종합된 안을 전체적으로 발표하도록 하고, 다시 그 요점에 대해 퀴즈 형식으로 수업을 하시기 때문에 모두
가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노년에 대한 생각이나 마음가짐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적지 않은 직장 생활을 통해 여생을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향후 100세 시대에서는 기존의 사고나 생활방식으로는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나이가 들수록 더 완성된 인격으로 더욱 알찬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행복한 노년 생활에 대한 바람도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건강하게 사는 법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무엇보다, 아직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저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 기쁩니다.
최고령 수강생 윤정자
“시니어를 위한 음식과 섭생 전문가가 되어 건강한 노년을 플래닝해드리고 싶습니다.”
노년플래너 양성 아카데미 도전 과정
27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현재는 유어스테이지(www.yourstage.com)에서 시니어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72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지 만,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노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데 제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새롭게 흥미를 갖게 된 분야
모든 강의가 흥미로웠지만 특히 심리와 성격에 대한 분야가 재미있었습니다. 오랜만에 프로이트 심리 강의를 다시 듣게 되니 예전에 배울 때와는 감회가 또 다르더군요. 또 MBTI 나 홀랜드 Big5 등의 적성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고 유익했습니다.
노년에 대한 생각이나 마음가짐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이 노인을 케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년플래닝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년이 노년을 케어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노년이야말로 노년 케어에 필요한 노하우를 더 많이 가지고 있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을 케어한다는 자체가 보람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노년플래닝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과 받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며, 이처럼 폭넓고 유익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해야겠다는 의무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떤 노년플래너가 되고 싶은지
노년플래너의 매력은 은퇴 이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노인을 케어해준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건전한 노년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직업이라는 점 또한 보람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저는 특히 섭생을 통한 노인의 건강에 관심이 많은데 히포크라테스의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도 없다”는 원칙을 토대로 노인은 물론 모든 사람에게 음식으로 건강을 지키는 법을 알리고 싶습니다. 좋은 음식으로 질병 예방은 물론 잘못된 식습관으로 생긴 질병을 치유하는 음식을 연구하고 개발하여 노인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노인을 위하여 그 질병을 고칠 수 있는 노하우를 마련하고, 특히 시니어를 위한 음식과 섭생에 관한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노년플래너 교육훈련이란?
국가 신직업 육성 및 특화 훈련의 일환으로, 노후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신체적 돌봄은 물론 노후 재테크, 건강한 삶, 자손과의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다. 국비지원 무료교육으로 훈련비가 전액 지원되며 전체 과정의 80%이상 참여한 경우 훈련장려금도 지급된다. 제1기는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며 총 35명의 수강생을 선발, 3개월간 492시간의 교육을 진행한다.
훈련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문대졸 이상 혹은 그와 동등한 직업훈련 수강 경력이 필요하며,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산업 경력이 10년 이상, 또는 유사 상담분야 경력이 5년 이상 있고 주소지나 실제 거주지 관할 고용센터에 구직 등록을 한 15세 이상의 구직자로 실업 상태에 있어 소득이 없는 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현재 시니어파트너즈와 강남대학교가 고용노동부로부터 과정 수행을 승인받아 훈련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