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을 꿈꾸며 오늘도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사는 파워우먼, 올해 1월 한국 직진출을 선언한 프랑스 두피 케어 1위 브랜드 르네휘테르 최경애 한국지사장의 일과 꿈에 대해 들어봤다. 예술과 소통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그녀의 버킷리스트를 공개한다.
치열한 리더의 삶
성공을 논하기에는 아직은 젊은 나이죠. 미약하지만 치열한 세계에서 지금껏 살아남은 것은 끊임없는 열정과 유연한 사고 방식, 그리고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나는 끈기 덕분인 것 같아요. 1992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여대생들이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운 좋게 현대그룹 공채 1기에 합격해 입사했는데 ‘여직원’이라는 프레임이 번번이 나를 가로막는 듯한 느낌을 받았죠. 그런 환경에서는 내 미래를 생각할 수 없어 많은 좌절감을 느껴야 했고요. 그러던 중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게 됐는데, 여성에게도 고른 기회가 부여된다는 점이 무척 만족스러웠죠. 리바이스 코리아 본부장직을 거쳐 2007년 아베다코리아 지사장으로 스카우트된 이후부터는 쭉 뷰티업계에서 일하고 있어요. 뷰티업계는 여자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라 더욱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아요. 올해로 24년 차가 되는데 돌이켜보니 참 치열하게 보낸 시간이네요.
미술사 공부 후 재도전하고픈 유럽 여행
대학 졸업 이후부터 지금까지 정말 쉼 없이 달려왔기 때문인지 여유로운 삶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책 읽고 강아지 산책시키고 친구들 만나서 수다도 떨고 운동도 하고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하지만 성격상 마냥 슬로우 라이프만 즐기며 살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은퇴 후 새로운 분야를 찾아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원래 역사나 여행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도 예술적 소양이 깊지 않아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거든요. 추상표현주의 거장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사물과 정신세계를 원색의 면 분할로 표현한 그의 작품은 무척 강렬해요. 어떤 일이 됐든 최고의 고지는 복잡함을 단순화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제 사고와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아 좋아해요. 시간 여유가 생기면 꼭 마크 로스코의 작품 세계를 비롯해 미술사나 미학을 공부한 후 박물관, 갤러리 등에서 교육 봉사를 하며 살고 싶습니다. 또 노르웨이로 오로라 여행을 떠나보고 싶기도 하고, 저개발 국가에 학교를 짓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처음 버킷리스트에 관해 질문을 받았을 땐 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나하나 나열해보니 하고 싶은 일이 참 많네요.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행복
좋아하는 게 있으면 하면 되는데 그게 참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강아지를 좋아해서 블랙 래브라도를 당장이라도 키우고 싶지만 빌라에서 키우면 강아지가 너무 답답해할 것 같아 후일을 기약하고 있죠. 제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을 만들어 같이 나누는 거예요. 워낙 먹는 걸 즐기는 편이라 한식, 양식 가리지 않고 도전하죠. 따로 체계적으로 배운 건 아니지만 요즘 인터넷에 올라온 요리 정보의 수준이 상당하거든요. 인터넷을 요리 선생님 삼아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셰퍼드 파이를 만들었는데 가족 모두가 좋아해서 참 뿌듯했어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음식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좋고 행복한데 최근에는 출장이 잦아 자주 시도하지 못했어요. 소통과 여유를 동시에 즐길 수 있고 더불어 칭찬도 많이 받을 수 있는 정말 멋진 시간이죠. 버킷리스트에 대해 거창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저처럼 이런 소소한 것부터라도 실행해보시면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요?
많은 가능성을 지닌 두피 케어 시장
오랜 시간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살피게 됐어요. 무조건 돈 많이 주는 회사, 네임밸류가 높은 회사에 가는 것이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사례를 너무도 많이 봐왔거든요. 올 1월부터 한국에 직진출한 르네휘테르는 인간 존중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예요. 비영리재단인 피에르 파브르가 소유한 기업인데 훌륭한 기업 가치에 매력을 느껴 입사하게 됐어요. 뷰티업계의 경영인으로서 최종 목표는 피부나 두피 문제로 고민하는 고객에게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그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것이에요. 더불어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의 역량과 커리어 개발에도 도움을 주고 싶고요. 그런데 이 회사라면 그런 꿈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았죠. 프랑스 두피 케어 1위 브랜드인 르네휘테르는 제가 이곳에 입사하기 전에도 제품을 꾸준히 사용한 브랜드예요. 늦은 출산과 바쁜 생활로 인해 찾아온 탈모 고민으로부터 저를 해방시켜줬죠. 1년간 꾸준히 사용해서 효과를 보게 된 건데, 바로 그 브랜드를 내가 책임지게 됐다는 생각에 무척 행복해요. 한국에서는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시장에 비해 두피 케어 시장의 발달이 더딘 편이지만, 앞으로 많은 성장 가능성을 지닌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유기농 원료를 이용해 모기업인 피에르 파브르의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 만들어지는 뛰어난 르네휘테르의 제품력을 많은 분에게 알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