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中선강퉁 투자, 초기엔 펀드로… 개별 종목 충분히 낮아졌을 때 사라"

"들뜨지 말고 기다려야 합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펀드에 가입해 간접 투자하다가 개별 종목 주가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아졌을 때 직접 사고파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후강퉁(滬港通)에 이어 선강퉁(深港通·키워드)이 올해 상반기 시행된다는 소식에 중국 투자자들이 분주해졌다. 후강퉁 투자로 두 자릿수 수익을 낸 사람들이 이제는 선강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 10위 자산운용사 푸궈지진(富國基金·fullgoal fund management)의 대표 매니저인 위장융(于江勇) 책임 운용역은 동부 자산운용의 '동부차이나본토증권자투자신탁'을 현지에서 직접 운용하고 있다. 이 펀드는 올해 수익률이 19.9%다. 중국 본토 펀드 62개의 평균 수익률(8.7%)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냈다. 요즘 국내 증권사에서 선강퉁 펀드로 가장 많이 추천하는 상품이다.

위 운용역은 선강퉁이 분명히 새로운 투자 기회이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후강퉁 시행 전후로 상하이 증시가 급등했던 것처럼 선전 증시도 선강퉁을 앞두고 상장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펀드에 돈을 넣거나 종목 분석을 철저히 한 뒤 주가가 기업 가치에 걸맞은 수준으로 낮아질 때를 기다렸다가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강퉁은 후강퉁과 어떻게 다른가?

"선강퉁은 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그동안 선전 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사고팔 수는 없었고 중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국내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통해 투자해야 했다. 선강퉁 제도가 시행되면 홍콩 증시를 통해 선전 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후강퉁은 홍콩 증시를 통해 상하이 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상하이 증시에는 대형주가 많이 상장돼 있고 금융, 에너지 관련 기업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선전 증시는 한국의 코스닥 시장, 미국의 나스닥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중소형주 비중이 높고 미디어와 IT 관련 기업, 신사업 관련 주가 많이 상장돼 있다. 상하이 증시와 달리 국영 기업 비중이 낮다는 것도 선전 증시의 특징이다. 선전 증시는 중소기업 위주로 돌아가지만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기준으로 보면 각각 세계 7위, 4위를 기록할 만큼 거대한 시장이다."

―선전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종목은.

"중국의 유튜브라고 불리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업체 러스왕(LeTV), 영화미디어 기업인 화이브러더스, 의료 관련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웨이닝(衛寧)소프트웨어 등이 있다. 전통 산업으로 분류되는 제조업체 중에서도 IT를 결합한 상품을 내놓거나 온라인과 모바일로 판매망을 확장하는 기업들도 선전 증시에 상장돼 있다. 중국 대표 가전업체 주하이거리(Gree)와 주류 기업인 우량예(五粮液), 돼지고기 가공업체 솽후이(雙匯) 등도 선전 증시에 상장된 종목이다."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상하이와 선전 증시는 미국, 홍콩, 한국 주식시장과 비교해 선진화되지 않은 시장이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80%에 달하는데, 뚜렷한 투자 철학을 가지고 주식을 사고파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 테마주가 만들어지고 개인들이 단기 차익을 노리고 샀다 팔았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소형주가 많은데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제한적이다. 새로운 투자 기회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현지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도 어려운 시장이다. 개별 투자보다는 펀드를 통하는 방법이 안전하다."

―중국 본토 펀드 중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비결이 뭔가?

"중국 본토지수인 CSI300지수와 다르게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한국에 출시된 본토 펀드는 대부분 CSI300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종목을 그대로 편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다 보니 총 자산의 40~50% 정도가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금융주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에너지 관련 주다. 이런 종목들은 전통 산업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주가가 하락했다. 반대로 전통산업 비중을 줄이고 시가총액 7조원 미만의 IT, 미디어 등 신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린 것이 수익률에 도움이 됐다. 이들 종목으로는 주가지수 흐름과 상관없이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한 종목에 집중 투자 하는 대신에 펀드에 100개 이상의 종목을 편입한 것도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보탬이 됐다. 운용사에서 리서치를 전담하는 20명의 직원들이 단기 테마로 반짝 오르는 종목 대신 장기적으로 꾸준히 성장할 기업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후강퉁 제도가 시행되기 전후로 중국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많이 유입됐는데, 최근에는 인기가 한풀 꺾였다. 이유가 뭘까?

"후강퉁이 시행된 초기에 일부 종목으로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 은행주, 보험주 등 대형주 위주로 주가가 급등했다.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과는 상관없이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2~3배씩 뛴 것이다. 주식이 너무 고평가됐다고 느낀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하기 위해 매도를 하기 시작했고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돈도 줄었다. 홍콩 증시에서 거래되는 가격과 격차가 지나치게 커진 것도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같은 교육주인데도 상하이 증시에서는 밸류에이션이 80~100배 정도인데 홍콩 증시에서는 20배 정도에 거래되는 경우도 있었다."

―선강퉁이 시행돼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까.

"제도 시행을 앞두고 후강퉁 때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 없이 선강퉁 시행과 동시에 급등하는 종목은 조심해야 한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중국 증시는 앞으로 더 상승할까.

"지난해만큼 많이 오르기는 어렵겠지만 추가로 상승할 여력은 있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고 예금 금리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올 것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어 정부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정책이나 통화 정책을 추가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경기 활성화 정책은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다."

☞선강퉁(深港通)

중국 선전 증권거래소와 홍콩 증권거래소 간 교차 매매를 허용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도 홍콩 증권사를 통해 자유롭게 선전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되고, 중국 본토에 사는 개인들도 선전 증권사를 통해 홍콩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1월 후강퉁(滬港通)이 시행된 데 이어 선강퉁은 이르면 올해 5~6월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