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證市도 '봄의 법칙'… 담배·레저·황사株 활짝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술이나 담배 등을 판매하는 회사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새해를 맞아 금연이나 과도한 술자리를 자제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 업종들이 한동안 실적 부진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연초에 세웠던 결심을 접는 사람들이 늘게 되고, 술과 담배 판매량이 회복돼 주가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곤 했다.

이 같은 술, 담배 등 이른바 '죄악주'로 꼽히는 종목들에서 보이는 '작심삼일' 효과는 올해도 이어졌다.

최근 눈에 띄게 상승하는 종목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봄이 되면 기승을 부리는 황사에 대비해 공기청정기나 마스크 등을 만드는 업체들의 주가도 강세다. 또 날씨가 따뜻해져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레저와 스포츠 관련 업종 역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증시의 '봄의 법칙'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KT&G, 한 달간 12% 상승

KT&G는 이달 들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2월 말 8만원이었던 KT&G는 26일 8만9800원으로 거래를 마쳐 한 달 만에 12.3% 상승했다. 최근 나흘 연속으로 상승 마감했다.

KT&G는 지난해 12월부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종목이다. 지난해 정부가 담배 판매 가격을 2000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자, 판매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조사 결과 담배 판매량은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IG투자증권에 따르면 1월 편의점 담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감소했지만, 2월에는 감소 폭이 20%대로, 이달에는 10%대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이나 사진을 의무적으로 붙이도록 하는 법안도 처리가 무산되면서 KT&G의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도 크게 줄었다.

술 관련 업종에서도 최근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 많다. 소주 판매 업체인 무학은 최근 열흘간 10% 올랐고, 국순당도 7.1%의 상승률을 보였다. 소주의 원료인 주정을 생산하는 창해에탄올도 한 달간 18.5% 상승했다.

◇황사, 스포츠·레저 관련株도 강세

매년 봄이 가까워지면서 오르는 황사 관련주 역시 올해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봄은 황사와 함께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 먼지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공기청정기나 황사 마스크 등을 만드는 업체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실내용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위닉스는 최근 한 달간 16.7% 올랐고, 코웨이도 7.3% 상승했다. 호흡기 계통에 대한 치료약을 생산하는 안국약품도 최근 한 달간 10.2% 올랐다.

날씨가 풀려 야외 활동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면서 스포츠와 레저 관련주들 역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취미 활동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해 대표적인 '봄 테마주'로 꼽히는 자전거 생산 업체들의 강세가 눈에 띈다. 알톤스포츠는 최근 한 달간 주가가 27.7% 뛰었고, 삼천리자전거 계열의 자전거 판매 업체인 참좋은레져도 5.4% 상승했다.

◇"계절 테마주 상승 흐름 짧아"

매년 봄마다 자주 강세를 보이는 종목들이 올해도 상승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성급한 추격 매수는 위험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계절이 바뀌면서 주목을 받는 업종들은 주가 상승 흐름이 오랜 기간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황사나 야외 활동 관련주들이 오른 것은 전체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함께 상승했기 때문"이라며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종목은 곧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KT&G 역시 경고 그림 삽입과 금연 구역 확대 등 정부 규제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