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늪처럼 빠져든다, 살아남기 위한 게임 속으로

때는 1981년 미국 뉴욕, 오일 사업 확장을 위해 큰 부지를 사들인 이민자 아벨 모랄레스(오스카 아이삭)가 곤경에 빠진다. 전 재산을 쏟아부었는데 여기저기서 제방이 터진다. 석유를 운반하는 탱크로리가 잇달아 공격당하고 장전된 권총이 집 앞에서 발견되고 "법을 어긴 정황이 포착됐다"며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다. 손해가 막심해지고 은행이 대출을 철회하면서 계약한 땅이 날아갈 판이다. 잔금 완납까지 남은 시간은 사흘. 마피아의 딸인 아내 안나(제시카 차스테인)는 은밀한 거래를 제안한다.

4월 2일 개봉하는 '모스트 바이어런트(A Most Violent Year)'는 늪처럼 빠져들게 되는 영화다. 아벨은 원하는 것을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다. 범죄율이 최고조에 이르던 시절에 새로 시장에 진입한 그를 향해 경쟁사들은 훔치고 물어뜯고 싸움을 걸어온다. 놈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가 죽는 게임. 덫에 걸린 아벨이 이 전쟁에서 과연 살아남을지, 어떻게 변해가는지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뛰어내리기 무서울 때, 바로 그 순간이 뛰어내릴 때다." 아메리칸 드림을 믿는 아벨의 이 대사가 '모스트 바이어런트'를 끌고 가는 동력이다. 빠르고 강력한 액션은 없다. 이 영화는 천천히 오래 번져서 더 무서운 불길 같다. 조금씩 포위망을 좁히면서 그와 가족을 깊은 공포의 구덩이로 몰아간다. 울음 없이 부서지는 인물을 밀도 있게 뭉친 오스카 아이삭의 연기가 단단하다.

경찰에 쫓기던 탱크로리 기사가 아벨에게 자기 가족을 부탁하며 자살할 때 하필이면 총알이 석유 탱크에 구멍을 낸다. 흘러내리는 그 '검은돈', 아메리칸 드림의 누수를 막느라 황망히 구멍을 틀어막는 장면으로 영화는 닫힌다. 총질이나 액션보다 얼얼한 펀치력이다. 감독은 J C 챈더.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