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좋아진 코스닥… 폭락·過熱 우려 줄었다

코스닥시장의 열기가 좀처럼 꺾일 줄을 모른다. 지난 25일 코스닥지수는 651.05까지 올라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올 들어서만 18%, 지난해부터 따지면 30%가량 상승했다. 과거 코스닥시장은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중반 두 차례의 급등장을 경험한 뒤 각각 IT 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아 붕괴했다. 이번의 상승장은 과거와 비교해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이번의 상승장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배드 엔딩(bad ending)으로 결말을 맞게 될까.

◇정부 정책이 주도하는 상승장

과거 두 차례의 상승장과 이번 상승장은 겉으로 보기에 유사한 점이 많다. 그중에서도 정부 정책이 주도한 랠리라는 점이 가장 흡사하다.

90년대 후반 1차 급등기를 이끈 것은 IT 벤처기업 육성정책과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이었다. 이런 정책이 미국의 IT 붐과 맞물리며 코스닥지수가 2년여간 3.5배 급등했다. 2000년대 중반 2차 급등기 때도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 인수·합병(M&A) 규제 완화, 코스닥지수 10배 상향 조정, 거래소·코스닥시장 통합 등 인위적인 부양책이 잇따라 발표됐다. 이로 인해 코스닥지수는 2005년 한 해 동안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번 상승장 역시 정부의 창조경제, 벤처기업 지원, 신성장 산업 육성 등이 투자자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코스닥 입성의 문턱이 낮아진 틈을 타 신규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1차 급등기 때는 127개 기업이 유입됐고, 2차 급등기에는 71개사가 신규 상장했다. 이번에도 2014년 이후 70여개 기업이 코스닥에 새로 입성했다.

◇체질 개선 뒷받침…과열 신호도

과거 급등장과 비교하면 이번의 상승장은 훨씬 완만하고, 상승의 질도 크게 나아진 편이다.

코스닥시장의 일 중 지수 변동성은 2000년 4.82%, 2005년 1.45%에 달했지만, 올해는 0.98%로 떨어졌다. 상장주식 회전율도 2000년 847%, 2005년 1190%에서 올해는 528%로 급감했다. 또 개인 투자자 비중이 줄고 외국인과 기관의 비중이 늘면서 '개미들의 투기판'이라는 오명도 조금씩 벗고 있다. 과거 10%도 안 되던 외국인과 기관 비중은 2013년 이후 두 자리 수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도 뒷받침되고 있다. 코스닥상장사 평균 매출액은 2005년 4936억원에서 2014년 5796억원으로 17% 늘었고, 순이익은 평균 168억원에서 595억원으로 254% 증가했다. 또 대형 우량 기업이 늘면서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기업 비중이 19.6%(1999년)→17.1% (2005년)→40.3%(2015년)로 급증했다. 반면 상장 폐지나 불성실 공시, 횡령·배임 등 사건 사고는 크게 감소했다. 이전의 급등기가 각종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면서 투기적 거래가 만연하고 시장이 급변하는 롤러코스터였다면, 이번 상승장은 꾸준한 속도로 상승하는 산악용 열차에 가까워진 것이다. 이 때문에 코스닥의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코스닥의 상승세에 편승해 빚을 내 투자하는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점이다. 코스닥 신용 융자 잔고는 24일 현재 3조4000억까지 늘어 전년 대비 34% 급증했다. 시가총액이 7배나 큰 코스피의 신용 융자 잔고(3조원)를 넘어서는 규모다. 주로 공매도 목적으로 사용되는 대차(주식을 보유한 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거래하는 것) 잔고도 5억7100만주, 7조9200억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한국거래소 김재준 코스닥본부장은 "이번 코스닥 강세 국면은 정부 정책의 효과와 시장 체질 개선이 맞물려 발생한 것이어서 과거 급등기와 비교해 과열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신용 거래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