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달리고 싶다, 이 숨가쁜 놈 덕에

삶과 죽음은 이렇게 겹쳐진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감독 제임스 완)에서는 스크린 안팎의 생사(生死)가 까무룩 뒤집힌다. 주연배우 폴 워커(1973~2013)는 위험을 무릅쓰는 카레이서답게 갑자기 떠나며 이 작품을 남겼다.

'분노의 질주'는 전작 6편보다 속도가 빨라졌다. 엔진 회전수는 최대치라는 9000RPM을 찍는다. 고난도 액션을 보여줘서 더 반갑고 소슬했다. 2001년 시동을 건 이 시리즈 앞에서 장수(長壽)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007 시리즈를 빼면 7편까지 나오면서 꾸준히 흥행(관객 약 200만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흔이라는 결승점(?)에 닿은 폴 워커(영화 속 브라이언 오코너)의 실제 삶은 2013년 말 자동차 사고로 길 위에서 멈췄다. 아주 잠깐 1950년대의 제임스 딘이 떠올랐다. 액션을 혐오하거나 이야기가 적어 싫어해도 관계없다. '분노의 질주'는 맙소사, 하늘에도 길을 냈다. 차를 탄 채 후진 기어로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 점프다. 제작진은 현실에서 워커의 장례식을 치러야 했다. 영화로 마지막 얼굴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영화의 문법은 변함이 없다. 깨지고 부서지는 근육질 액션은 여전하고 늘씬한 미녀들이 즐비하게 들어왔다 나간다. 자동차와 총알도 핵심 재료다. 돔(빈 디젤)이 이끄는 최정예 팀은 어쩌자고 "총알이 그립다" 말한다. IMAX 영화관에서 봐도 메스껍지 않고 짜릿하다. 액션은 손끝이 맵다. 속수무책 브레이크를 밟으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부터 산 아래 45도 각도로 내달리는 운전까지 숨 가쁘며 통쾌하다. 낮은 확률과 싸우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겹쳐지는 대목이 많다.

수십억원짜리 짐승(슈퍼카)이 중동 사막으로 추락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우면서 가슴이 뻥 뚫렸다. 남자들이 환호할 영화, 센 놈이다. 뻥 뚫린 구부러진 길을 달리며 가속기를 밟고 싶어진다. 영리한 선택이다. "삶은 0과 1 중 하나이고 어쩌면 공포(fear)와 충성도(loyalty) 사이"라는 대사가 뻐근하다. 137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