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긴 여행을 떠날 때면 늘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나침반이다.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나침반은 우리 스스로에게 그런 답을 내려줄 이정표 같은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여행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인생에 전환점이 올 때 우리는 나침반을 들여다본다.
필자는 예비 귀농인들을 도와주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인생 서막에 나침반이 되어줄 그 무엇인가를 찾고 싶었다. 그것이 반드시 답이 되진 않을 지라도 어느 정도의 갈피를 잡아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작정 임실군 귀농귀촌 현장 교육을 받아보기로 했다.
임실은 너무 예뻤다♩♪
금요일 저녁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일을 한터라 토요일 아침 임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 만은 않았다. 교대에 다함께 모여 갔으니 망정이지, 지역으로 직접 내려가는 것이었다면 마음이 조금은 흔들렸으리라. 그래도 나름 새로운 곳에 간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처음 받는 귀농교육이라는 점이, 풋풋했던 20살 대학 입학 당시로 돌아가는 것 같아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피곤한 몸을 버스 창문에 묻고 한참을 자다 눈을 떴을 때, 눈에 들어온 차창 밖 너머의 임실은 너무 예뻤다. 작지만 아기자기 한 마을풍경, 비움의 미학이 돋보이는 산과 논밭의 풍경이 서울 생활에 지친 필자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 서울서 생활한 지 아직 두 달밖에 채 되지 않은 필자의 눈에도 이리 예쁜데, 도시생활에 지친 40-50대 우리 아버지들 눈에 임실이 얼마나 예뻐 보일지 귀농을 준비하는 그들의 마음이 백 번 이해되는 것 같았다.
자식에게 준다는 마음으로 기르는 농사
임실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받은 교육은 마이웨이 농원 박외진 대표의 친환경 농법에 대한 강의였다. 철도 공무원이었던 그가 처음 귀농했을 때에는 그도 다른 이들처럼 농약을 써 농사를 지었다고 했다. 옛날에는 독하디 독한 농약을 마스크 하나 없이 뿌렸다고 했다. 벌레 잡으려고 뿌린 농약인데 자신도 함께 죽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더라. 게다가 농약을 잔뜩 뿌려 재배한 농산물을 부모가 되어서 제 자식에게 보낸다 생각니 못할 짓이라 생각했단다. 그래서 그도 제 자식이 먹는 다는 마음으로 친환경 농사를 짓기 위해 연구하게 되었다고 했다.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밭을 일구는 데에만 몇 년이란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땅에 있는 비료성분, 농약성분들을 없애기 위해 몇 년간은 꼼짝없이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처음 귀농한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그도 친환경 농사를 짓기 위해 나름의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박외진 대표가 후배 귀농인들이 친환경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고 있었다. 덕분에 그의 친환경 농법에 관심을 가지고 그의 곁으로 귀농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하니, 임실이 조만간 친환경 농사의 메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한 인심,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이번 교육을 받으며 느낀 임실의 또 다른 매력은 고장 사람들의 후한 인심과 그들이 서로에게 나누는 마음이었다. 박외진 대표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여기 임실로 귀농해서 사람농사 짓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소개한 이는 몇 년 전 임실군으로 귀농한 이승억 씨다. 그가 전하는 귀농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승억 씨는 귀농해 아직까지 제대로 된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농사를 지었던 첫해 태풍 볼라벤이 불어 하우스가 통째로 날라갔다고 했다. 그 이후에도 농사짓는 일이 번번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가 마을을 떠나지 않을 수 있도록 붙잡아준 분이 바로 박외진 대표와 마을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마을에 적응하고 산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지나가는 길에 전하는 안부인사, 사소한 작은 도움 하나하나를 마을 분들께서는 고마워하세요. 마음을 나눈다는 게 크게 어떤 일을 해드려야 하는 그런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는 마을 분들께 작은 관심을 보내드린 게 전부라고 했다. 그런데 자신은 그 보다 더 큰 마음을 얻었다고. 그게 승억 씨가 매번 농사에 실패했을 때, 임실을 떠나지 않을 수 있도록 붙잡아 주었다고 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물며 귀농은 어떻겠는가. 인생의 절반을 도시에서 보내고, 그 남은 인생의 절반을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손에 익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인데 분명 쉽지 않은 도전임은 확실하다. 다만 필자는 그 힘든 도전의 시행착오를 덜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받게 된 교육이었다. 그리고 임실 귀농귀촌 현장 실습을 다녀온 지금, 그 생각은 더욱 견고해 졌다. 귀농 교육이, 선배 귀농인들이 전하는 귀농 이야기가 새로운 도전을 앞둔 이들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가보자! 지역으로, 귀농교육 받으러!
자료제공·전라북도 귀농귀촌 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