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社, 부진한 삼성전자 빼면 순이익 7% 증가

최근 몇 년간 증시에서는 '삼성전자 착시효과'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등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실적이 악화된 회사가 많았지만,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큰 삼성전자가 많은 이익을 거둬 전체 상장사 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실적은 이와 반대되는 흐름으로 나타났다. 많은 기업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삼성전자의 부진으로 오히려 전체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오는 '삼성전자 역(逆)착시 효과'가 생긴 것이다.

◇삼성전자 제외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순이익 7.1% 증가

1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76곳 중 2013년과 비교가 가능한 496개사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 상장사의 순이익은 61조1472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가까이 줄었다. 매출액은 1821조4220억원으로 0.4% 줄었고, 영업이익은 91조4222억원으로 12.7% 감소했다.

그러나 유가증권시장 시총 비중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삼성전자를 빼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 감소하지만, 순이익은 7.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도 0.9% 늘어난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이익을 거두며 증시에서 착시 효과까지 가져왔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주력 품목의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매출액은 206조2059억원으로 전년 대비 9.83% 줄었고, 순이익은 23조3943억원으로 23.23% 감소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시총 비중이 높은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순이익이 7조6494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14.94% 줄었다.

◇한전 순이익 15배 늘어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이익 규모는 줄었지만, 나머지 상장사들은 실적 개선에 성공한 곳이 많았다. 전체 조사 대상 상장사 중 73.39%에 해당하는 364개사가 흑자를 기록했고, 이 중 절반이 넘는 224개사가 전년 대비 순이익 규모가 늘었거나, 흑자 전환했다. 적자가 지속된 곳은 84개사였고, 2013년 흑자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곳은 48개사였다.

순이익 규모 상위 20개사 중 전년 대비 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한국전력이었다. 한전은 2013년 두 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으로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505.78% 증가한 2조7990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의 경제지표 호전과 글로벌 IT 기업인 애플의 신제품 출시 효과 등으로 인해 미국 수출 비중이 큰 LG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도 순이익이 각각 118.96%, 46.03% 늘었다.

반면 글로벌 경기 둔화가 계속되면서 조선, 철강 등 경기 민감 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실적이 악화된 곳이 많았다. 2013년 순이익 1463억원을 기록했던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조2061억원 순손실을 기록, 적자로 전환했다.

◇코스닥·코넥스시장 실적도 개선

코스닥시장 상장사들 역시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조사 대상 671개사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122조722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늘었고, 순이익은 3조3505억원으로 7.57% 증가했다. IT 하드웨어와 오락 문화, 유통 서비스 등의 업종은 순이익이 감소한 곳이 많았지만, IT 소프트웨어와 제조, 건설업 등은 전체적으로 순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넥스시장 상장사들의 실적도 개선됐다. 개별재무제표로 조사된 분석 대상 기업 62개사의 전체 매출액은 1조5224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370억원으로 67.8% 늘었다. 특히 지난해 6월 상장된 디피앤케이가 전년 대비 순이익이 287% 늘었고, 12월 상장된 래몽래인이 74.6% 증가하는 등 코넥스시장에 새롭게 들어온 종목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