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미워요… 브라질 펀드·채권은 아직 한겨울

주가가 강세를 보이며 증시에도 봄기운이 돌고 있지만 브라질 펀드 투자자들에겐 아직 겨울이 계속이다.

브라질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들이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가 올 들어 대부분 플러스 수익률로 전환했지만, 브라질 펀드는 예외다. 미 달러화에 대한 헤알화 환율이 큰 폭으로 올라(헤알화 약세) 펀드에서 환차손(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해)이 나면서 펀드 수익률이 부진해진 것이다.

◇브라질 펀드 수익률, 올 들어 -14%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브라질 주식형 펀드 13개의 평균 수익률은 -13.86%를 기록했다. 이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이 7.29%였던 것과 비교해 상당히 부진한 실적이다. 자금은 총 11억원이 빠져나갔다.

'산은삼바브라질증권자투자신탁[주식]A'가 -16.8%, '신한BNPP봉쥬르브라질증권자투자신탁(H)[주식](종류A1)'이 -15.5%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외에 '미래에셋인덱스로브라질증권자투자신탁(주식)종류C-e'와 'KB브라질증권자투자신탁(주식)A'도 각각 -14.5%, -13.7%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남미 신흥국 주식형 펀드들도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3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0.1%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 가치 상승·브라질 정치 불안에 헤알화 약세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브라질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부진 이유를 헤알화 약세에서 찾는다. 올 들어 브라질 상파울루의 보베스파지수는 박스권에서 등락하며 4.6% 오른 상황이다. 주가지수만 놓고 보면 브라질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이유가 없는 만큼, 증시가 아닌 환율 변동 추이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철기 KD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우리나라에서 브라질과 같은 신흥국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선 원화를 미 달러화로 바꾼 뒤 이를 다시 헤알화로 바꾸기 때문에,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면 펀드 수익률도 자동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증권 정보 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 들어 미 달러화에 대한 헤알화 환율은 18.5% 상승(헤알화 약세)했다.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헤알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지만,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이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것이 더 큰 이유다. 브라질은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국 중 하나로 수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다른 나라 통화보다 더욱 절하율이 높아졌다.

정치적 불안과 국가 신용 등급 하락 우려도 헤알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월 초 브라질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브라스가 비리 의혹으로 국정조사를 받기 시작한 이래로, 정치·사회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현재 브라질에 대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신용 등급이 투자 가능 등급 중 가장 아래인 'BBB-'인데, 혹시 투기 등급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조차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채권 투자자 일부 원금 손실브라질 주식 펀드뿐 아니라 채권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투자자가 원금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금융투자·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말까지 판매한 브라질 국채 잔액은 총 6조1138억원인데, 환 손실 때문에 일부 투자자가 원금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 펀드·채권 수익률 하락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으나, 일부 증시 전문가는 이를 오히려 투자 기회의 하나로 삼는 방안도 있다고 말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 불안이 여전하나 헤알화 가치는 지나치게 많이 하락한 감이 있다"며 "문제가 잘 해결된다면 단기적으로 통화가치가 큰 폭으로 반등, 펀드 수익률이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