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250마리의 名品 연기… 버려진 '개'들의 역습

이 개, 연기력 엄청나다. 작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이 헝가리 영화를 본 사람들은 주인공인 붉은 털 잡종견 '하겐'이 남우주연상 감이라고들 했다. 2일 개봉한 영화 '화이트 갓'에서 버려진 개들은 복종하길 그치고 인간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다. 가장 가까운 친구가 가장 무서운 적으로 돌변할 때 그 낙차만큼 공포와 스릴도 매섭다. 칸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았다.

오케스트라 단원인 열세 살 소녀 릴리에게 덩치 큰 개 하겐은 유일한 친구다. 재혼한 엄마가 여행 간 사이 릴리를 떠맡게 된 친부(親父)는 개를 길에 내다 버린다. 소녀와 개에게 도시의 거리는 정글이다. 릴리를 찾아 나선 하겐은 유기견 처리반에 쫓기다 투견업자에게 팔려, 죽고 죽이는 싸움판에 내몰린다. 하겐을 찾아 나선 릴리도 무책임한 아빠와 억압적 교사에게 쫓기고 시달리다 일탈에 빠진다. 끝없이 뛰어 도망치던 하겐은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되기 직전 도망을 멈추고 인간을 향해 고개를 쳐든다. 반격의 시작이다.

하겐이 이끄는 250여 마리의 개떼가 부다페스트 거리를 휩쓰는 클라이맥스는 장관이다. 개들은 총으로 무장한 경찰도 짓밟으며 무력한 인간들이 숨어 버린 거리를 질주한다. '혹성탈출'의 유인원들이나 '스파르타쿠스' 반란 노예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 스펙터클은 CG가 아니라 개들의 실제 연기다. 자신을 학대했던 인간들에게 차례로 잔인한 복수를 마친 하겐은 개들의 군대를 이끌고 마지막으로 주인 소녀 릴리를 찾아간다.

감독은 2013년 루마니아에서 거리의 개들이 네 살 소년을 물어 죽인 뒤 대대적 유기견 사냥이 벌어졌던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한국에서도 매년 동물 10만 마리가 유기되며 그중 절반이 안락사 처리된다. 히치콕의 '새'는 이유 없이 인간을 습격했지만, '개'들의 역습에서 도덕적 정당성은 인간이 아닌 개들에게 있어 등골 서늘하다. 엔딩의 여운이 길다. 상영시간 120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