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場外시장 인기 제주항공 작년 순익 320억, 63% 늘어

K-OTC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시장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8월 문을 연 K-OTC 시장은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의 비상장 주식도 매매할 수 있다.

올 들어 K-OTC 시장에서 거래대금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삼성메디슨이었다. 지난해 11월 삼성SDS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빠져나간 후, 또 다른 삼성그룹 계열 종목을 찾는 투자자들이 몰리며 삼성메디슨은 K-OTC 시장의 최대 관심종목이 됐다. 이 밖에 포스코건설이나 퀀텀에너지 등도 K-OTC 시장에서 거래량이 많은 종목들로 꼽힌다.

K-OTC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들 종목의 지난해 실적은 어땠을까. 보통 실적 개선을 이룬 종목들이 거래량이 늘고, 주가가 오르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과 마찬가지로 이익 규모가 눈에 띄게 늘었을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거래대금 1위 삼성메디슨, 순익 67% 감소

6일 조선비즈가 현재 K-OTC 시장에서 거래되는 122개 종목의 지난해 개별 재무제표 기준 실적을 조사한 결과 거래대금 상위 10종목 가운데 5종목이 2013년에 비해 순이익 규모가 줄었거나,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OTC 거래종목 중 2013년과 지난해의 결산 시점 기준이 다른 증권사와 생명보험사 등은 실적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올 들어 거래대금 규모가 가장 컸던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8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265억원의 이익을 거둔 2013년에 비해 이익 규모가 66.8% 감소했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일부 자회사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 반영돼 지난해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거래대금 규모가 6번째로 컸던 포스코건설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987억원에서 134억원으로 86% 줄었다. 포스코건설 측은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진 데다, 지난해 입찰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면서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이라고 전했다.

◇제주항공은 순이익 63% 증가

반면 K-OTC 시장에서 거래량이 많은 종목 가운데 제주항공은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2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이익 규모가 62.9% 증가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저비용 항공사 이용객 수가 크게 증가한 데다, 유가 하락으로 비용 부담도 줄면서 실적이 호전됐다. 금융사를 제외하면 K-OTC 시장에서 거래대금 규모가 세 번째로 컸던 바이오·의약업체 씨트리도 해외 수출이 늘면서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실적이 호전되고도 K-OTC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종목도 많았다. 주류업체인 골든블루의 경우 지난해 저(低)도수 위스키 판매 증가로 순이익이 287% 늘었지만, 올 들어 K-OTC 시장의 거래대금 순위는 30위권 밖이었다.

◇실적보다 상장·합병에 더 관심

이처럼 K-OTC 시장에서 거래량과 실적의 '엇갈림'이 일어나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K-OTC 시장의 투자자들이 실적 개선 여부보다는 주로 상장이나 합병 등을 통한 차익 실현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삼성메디슨은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돼 왔고, 포스코건설도 현재 상장이 추진되고 있는 종목 중 하나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실적보다 합병이나 상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장외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도 많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메디슨은 지난 2월 말 삼성전자가 합병설을 부인한 후 하루 만에 주가가 20% 가까이 빠진 적도 있다"며 "실적을 고려치 않고 투자했다가 자칫 합병이나 상장이 예상치 못한 차질을 빚을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