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證市는 안전자산"… 지난달 24억弗 순유입

'주가는 싸지만 대만·인도에 비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처.'

그동안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시선이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IB들이 최근 달라졌다.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 인도와 더불어 경제 상황이 가장 좋고 기초체력이 튼튼한 국가로 한국을 지목하며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하는 회사가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매수도 늘고 있다.

◇골드만삭스·JP모건 등 한국 증시 투자 의견 올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미국과 중국 경기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수출 국가인 한국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신흥국 중 하나"라며 "현재 한국 기업의 주가는 여전히 합리적인(reasonable) 수준"이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고 중국, 인도, 대만은 비중 확대를 유지했다.

JP모건은 한국 증시가 신흥국 중에서는 '안전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대신 태국을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보고서에서 JP모건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위험 자산에 투자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는데 한국 증시는 신흥국 중에서도 안전 자산 성격이 강해 일종의 보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클레이즈도 국내 증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를 지난달 내놨다. 보고서에서 "기업의 수익이 지난해 바닥을 치고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난해 4분기 대다수 상장사가 현금 배당을 늘린다고 발표한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들 왜 한국 증시 주목하나

국내 증시로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도 최근 부쩍 늘었다. 3월 한 달간 24억8700만달러(약 2조7000억원)가 순유입됐다. 2월(1조2700억원)보다 배 이상 증가한 규모로 아시아 7개 신흥국(인도·대만·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 중에서 가장 많았다. 3월에 순매수 금액이 늘어난 국가는 우리나라와 인도뿐이다. 인도는 4.9%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풀린 돈이 많아지면서 일부 신흥국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생겨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푸는 것)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유럽계 자금이 세계 증시로 들어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인도는 정부가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2013 ~2014년과는 달리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면서 "1분기뿐 아니라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세계 경기 회복에 힘입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보다는 대만 증시를 선호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대만 주식을 131억9000만달러 순매수하는 동안 국내 주식은 절반 수준인 56억8400만달러 순매수했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올해 발표된 대만의 일부 경제지표가 부진했고 주요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투자 매력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외국인이 당분간 국내 주식을 계속 순매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황찬영 맥쿼리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하반기에 유럽을 시작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되고 저(低)유가로 소비가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국내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