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할머니 등처럼 굽은길을 타고 오르는 다랭이마을 빈지게도 지지 않았는데 목이 쉰 숨소리가 무겁게 옮겨진다 갈퀴로도 긁지 못할 어머니 눈물같은 돌들이 박힌 다랭이 논바닥 모서리 어느 어머니의 손이 저리도 반질거리며 닳았을까 켜켜이 포개진 돌담사이로 햇살은 파도처럼 빠져나가 바다로 출렁거린다. .. '다랭이 마을', 박소향.
두모마을은 유채 잔치가 한창이다. 계단식 논에 마치 바다 너울이 일듯 부드러운 곡선미를 자랑한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남해가 지극히 아름다운 건 너무나 교박하고 고독했던 과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탈진 경사에 손바닥만 한 논도 논이랍시고 일구고 가꿔 경작해냈던 우리네 땀의 결과다. 가천마을 다랑이논(다랭이는 다랑이의 사투리)은 설흘산과 응봉산 아래 산비탈 급경사지에 자리하고 있다. 10여 층에 이르는 논이 마치 바다 물결 같다. 박경리 선생이 "먹고살 만한 사람들에 의해 산은 신음하고 상처투성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다랑이 논의 애달픔은 남해를 삶 그 자체로 이해하게 해준다. 어쩌면 남해는 지금의 변화가 어리둥절할지 모르겠다. 과거 절해고도(絶海孤島), 즉 '유배의 땅'이었던 이곳이 느릿느릿한 세월의 흐름을 지나 지금은 도시와 섬을 아우르는 해안도로가 속도를 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산 보리암에서 바라보는 작은 섬들은 왠지 인간의 덧없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천혜의 풍광은 이국적인 정취와 만나 사람의 발길을 끈다. 독일 마을과 원예 예술촌이 대표적이다. 푸른 잔디에 대비되는 주황색 지붕이 시선을 끄는 독일 마을은 1960년대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건너갔던 이들이 당시 가족들과 이주해 집단촌을 형성하며 시작됐다. 독일 양식의 집을 볼 수 있고, 독일 소시지 등이 인기다. 지난해 독일 마을에 문을 연 파독 전시관은 당시 간호사와 광부의 생활을 전해주는 작업복 등이 생생하게 전시된다. 1000원을 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울며 나왔다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비가 한참 내려 운무에 휩싸인 다랭이 마을.
남해는 높지 않은 산으로 둘러싸인 만큼 곳곳이 트레킹 코스로 인기다. 특히 남해의 비경을 바라보며 걷는 '남해 바래길'이 대표적. '바래'는 어머니들이 생계를 위해 물때에 맞춰 갯벌이나 갯바위에 나가 해산물 해초류 등을 채취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 주민은 '생명의 길'이라고도 부른다. 바래 1 코스는 지게를 지고 땔감과 곡식을 나르던 길이라 해서 '다랭이지게길'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해안도로에서 낙조를 바라보는 기쁨은 인생에서 한 번쯤은 누려봐야 할 듯하다.
* 숨은 정보
사우스케이프오너스 클럽은 '퍼블릭' 골프장이긴 하지만, '가격'으로 '프라이빗'을 만들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고가(高價)에 속한다. 골프와 숙박을 겸할 경우 일반적으로 객실은 66만원대이지만 그린피에 따라 차이가 있어 주중 기준 1인당 75만~80만원(이틀 플레이·아침 식사 포함)이다. 호텔만 이용할 경우 2인 1실 기준 45만원대 패키지 프로그램(아침·뮤직 라이브러리 음료수 제공)도 있다.
숙박하지 않아도 호텔을 이용할 방법은 있다. '아트 투어'를 이용하면 건축 기법과 톰 프라이스 등 각종 예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1인당 7만원대. 혹은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4인 기준 28만원)를 주문하면 호텔 투어도 가능하다. 룸 서비스가 안 되는 점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가장 뷰가 좋은 레스토랑에서 최대한 즐기라는 설명이다.
'집으로의 여행'을 내건 남해 613여관은 당일 손님은 전혀 받지 않는 주인장의 독특한 철학이 엿보이는 곳이다.
현지인이 추천한 맛집
부산횟집은 물회(1인 1만3000원·사진) 하나만 메뉴판에 오른 '진정성' 있는 집. (055)862-1709 금천가든 염소 양념구이가 특히 맛있는 것으로 유명한 집. (055)863-3738 아키 힐튼 출신 주방장의 솜씨가 돋보이는 일식집. (055)863-0909 우리식당 남해 특산인 '멸치'를 이용한 멸치 쌈밥이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 현지인들에게 가성비 높은 곳으로 꼽힌다. (055)867-0074 달반늘 남해에선 '통장어구이'나 '통장어탕'도 유명하다. 장어구이로 소문난 집 (055)867-2970 금새미식당 식재료 좋은 남해의 먹거리로 만든 가정식 백반. 역시 가성비 좋은 곳. (055)864-7675 어장횟집 싱싱한 회도 풍성하지만 특히 멍게덮밥(1만2000원)이 일품. (055)863-0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