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엔 '바카라'株… 이젠 '화바라'株 전성시대

이른바 '화바라'주(株) 가 최근 중·소형주 강세장을 이끌고 있다. '화·바·라'는 화장품, 바이오, 속칭 딴따라(엔터테인먼트)라는 단어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이다. 3년 전 유행했던 '바카라'(바이오·카지노·딴따라)에서 카지노가 빠지고 화장품이 새롭게 들어갔다. 단순한 기대감뿐만이 아니라 꾸준한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종목이 많아서 2012년 바카라 열풍보다는 견실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 화장품 찾는 중국인 늘자 관련주 귀한 몸

올해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주가는 대부분 10% 이상 뛰었다. 대표주인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매출이 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난달 주가가 300만원을 넘었고 결국 액면 분할로 주식을 쪼개기로 했다. 중국 현지와 면세점에서 판매 중인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화장품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40만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계속 올라 올해 80만원을 넘었다. 또 다른 사업 분야인 음료 부문은 국내 소비 시장이 침체되면서 실적이 부진한 반면 화장품은 중국 면세점에서 매출이 증가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코리아나·코스맥스·에이블씨엔씨 등 대다수 화장품주에 대한 전망도 밝은 편이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중국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성장한 56조원 규모일 것"이라면서 "온라인을 통해 한국 화장품을 직접 구매하는 중국인도 증가하고 있어 관련 업체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오주, 1년 만에 時總 2배↑

바이오주는 최근 1년간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규모(시가총액)가 배 이상 커졌다. 한국거래소(KRX)가 만든 헬스케어지수 구성 종목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3월 12조6700억원에서 올해 3월 32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대표주인 셀트리온 주가는 4만원 중반에서 7만원대로 올랐다. 실적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고, 직접 개발한 바이오 복제약인 램시마(Remsima)가 조만간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며 몸값이 뛴 것이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업체들이 그동안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 위한 비용 지출로 부진한 실적을 내며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줬지만, 이제는 개발한 제품의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수익이 늘어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엔터테인먼트주도 승승장구

엔터주 중에서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회사가 좋은 실적을 내며 주식시장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주가가 10% 이상 상승했다. 가수 빅뱅, 투애니원(2NE1)이 일본, 중국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신인 가수도 데뷔를 앞두고 있어 매출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하고 있다.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것도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류 스타로 손꼽히는 배우 김수현과 김현중 등이 소속된 키이스트와 지난해 12월 상장한 에프엔씨엔터 주가도 상승세다. 에프엔씨엔터에는 가수 FT아일랜드, 씨앤블루, AOA가 소속돼 있다.

◇中 규제에 발목 잡힌 카지노주

한때 바카라 중에서도 주가 상승률이 높아 주목받았던 카지노주는 최근 주가가 부진하다. 파라다이스는 0.8% 하락했다. GKL은 지난해 4만원을 넘었던 주가가 올해는 3만원대로 내려왔다. 중국 정부가 부패 척결을 위해 카지노 단속에 나서자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전문가들은 화바라주가 주목받는 것이 국내 경제구조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하향 안정화되는 국면에 진입하면 삶의 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면서 "여행이나 공연 수요가 증가하고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소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계의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산업이 나타나고,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